피해가 심각한데 개인 잘못으로만 치부할 일인가?
착오송금 얘기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착오송금(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금액, 수취금융회사,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 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 연간 약 9만명, 금액으로는 무려 약 2100억원이 엉뚱한 사람에게 입금되고 있다.
돈을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 경우 은행에 신고해 잘못 보냈다고 사정하면 돌려받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중 절반가량만이 원주인에게 돌아간다. 즉 나머지 50%는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일까. 일단 본인의 통장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돈이 잘못 송금된 경우 이를 마음대로 인출·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된다. 하지만 송금 후에는 전적으로 수취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은행은 법적으로 착오송금을 임의로 인출해 반환할 권한이 없다.
즉, 연락이 안되거나 수취인이 거부할 경우 등은 답이 없다. 돌려받으려면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소액사건심판 등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소를 제기한다는 것이 여반장처럼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특히 전체 착오송금 건수의 약 50%가 30만원 이하로 소액인 탓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과 서민들 입장에서는 경제적·시간적 비용은 물론 복잡한 절차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며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구제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수취인 거부로 반환되지 않은 착오송금 관련 채권(착오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로 5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을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매입(송금액의 80%)해 송금인의 피해를 즉각 구제하고, 이후 예보는 착오송금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제책을 실현할 법적 근거를 담은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었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었고 개인의 실수를 국가가 해결해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대의 벽을 깨지 못했다.
착오송금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에 해당해 개인 간 반환청구 및 민사적 구제방식을 통해 해결될 대상이라는 것. 특히 법적·경제적 지위가 일반적으로 수취인에 비해 열악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동급으로 착오송금인을 바라볼 순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연간 6만건이 신청될 것으로 추정되는 구제사업에 국민의 세금인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더불어 금융회사 출연에도 곱지 않은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오송금 구제사업은 조속히 실현돼야 할 것이다. 새로 꾸려지는 21대 국회에서 서둘러 다시 입법 발의를 통해 법안 심의를 거쳐 제도화 시켜야 한다. 착오송금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방치해 뒷짐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온라인의 발달로 누구나 자칫 실수를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점점 늘어나는 서민들의 피해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시스템 구조상 문제로 접근해야지 송금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부과해 ‘나 몰라라’ 하기에는 서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그러기에 잘했어야지? 떠넘기는 회피 시선을 거두고 피해구제 사업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
민생현안법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서민들의 고충을 외면하면 안될 것이다. 작금의 현실에서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마비된 가운데 돈을 잘못 보내고 언제 돌려받을지 기약할 수 없다면 불행은 심히 가중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요구된다. 무조건 지원이 아닌 회수방법이 있는 제도적 장치일 뿐이다.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전자금융의 발달로 더욱 늘어날 태세다. 정부 측에서는 대책을 가지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만 통과시키면 된다.
자책만을 강요하는 것이 정녕 올바른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제도 개선으로 수많은 서민들이 금전적 또한 심리적 피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허울 좋은 거창한 담론보다 실질적인 현안법 처리가 우선되는 21대 국회가 되길 바래본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는 정부 및 금융사 출연이 논란이 되자 받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80%만 착오송금인에게 미리 주기 때문에 추후 소송 등을 통한 환수금으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는 것으로 법적 근거만 만들어 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연 출연금 없이 자체적으로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착오송금 피해구제 사업이 가능할 것인지 의구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따라서 수행기관이 될 예보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운영 방안을 제시해야 설득력을 얻을 것이며 입법화가 조속히 진행될 것이다. 소요재정 지원 없이도 충분히 서민을 위한 정책 사업이 가능하다는 데 이를 막는다면 심판의 불은 국회에 떨어질 것이다.
물론 금융소비자도 송금할 때 받는 사람 이름, 계좌번호 및 전화번호 등이 제대로 입력됐는지 꼼꼼하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국민들이 힘들 때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국가. 군림하지 않고 곁에서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할 대한민국은 그렇게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