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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기업정책 핫이슈⑧] 중흥기 맞은 택배업계, ‘택배노동자’ 보호법은?

아직도 택배종사자는 사업자? 노동 사각지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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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9.09 09:27:20

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나락으로 치달으면서 민생입법 완수를 내건 21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경제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이 거대여당으로 출범한 만큼, 잠자고 있던 기업 관련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택배업계를 달구고 있는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논란이다. <편집자주>

 

지난 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추석 전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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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등 열악한 근무환경 계속돼
개인사업자라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이윤구조상 택배비 인상 쉽지 않아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필수적인 생활서비스로 자리 잡은 택배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재기 등 극단적인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의 신속한 생활물류서비스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언택트 산업의 가속화로 택배업계는 중흥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현대글로비스, 판토스, 로젠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9년 총 택배물량은 27억9000만개로 2018년 대비 9.7%나 늘었다. 코로나가 창궐한 올해는 상반기에만 16억800만 박스를 돌파한 상태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총 택배시장의 총 매출액은 6조3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해 시장규모가 134조5800억원(전년 대비 18.3%↑)에 달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른 것이다.

 

(자료=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한국통합물류협회)​​​​​

 


장시간 노동…죽음의 행렬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택배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택배연대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 택배운전종사자 한명이 과로로 인해 사망했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 이후 과로로 인해 사망한 택배노동자수는 현재까지 6명이라며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로사 문제의 핵심은 장시간 노동에 있고, 장시간 노동의 근본원인은 바로 분류작업에 있다는 주장이다. 오전 6~7시부터 오후 1~2시 늦게는 2~3시까지 이어지는 분류작업으로 배송 전에 기력을 상실하고, 이후 배송이 시작되는 탓에 밤늦게까지 배송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특히 9월은 추석연휴까지 더해져 평소보다 50%이상 물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휴이후는 또 다시 늘어날 택배물량과 가을 수확철을 맞이해 쌀을 비롯한 각종 농산물과 김장시기까지 이어져 택배노동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노조는 정부와 택배사들을 상대로 ▲추석 물량폭주기부터 분류작업에 대한 추가인력투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마련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정부·택배사·과로사대책위) 구성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일명 택배법) 조속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정부와 택배사의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전국의 택배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분류작업 전면 거부 등을 2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추이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소비자가 택배노동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글을 자신의 집 계단에 붙여뒀다. (사진=연합뉴스)

 


“휴식권 보장 등 법 제정해야”



따라서 택배운전종사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3가지 사항 중 하나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물류를 관할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있으나, 화물자동차의 공급·운송·중개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은 택배와 퀵서비스, 배달대행 등 생활물류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종사자 및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해서도 함께 규율하고 있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영업점이 계약을 체결한 택배서비스사업종사자의 ▲운전업무 종사자격 ▲안전보건교육 및 안전·보건조치 이행 ▲자동차 및 산재 보험 가입 및 보험급여 신청 등을 택배서비스사업자에게 통보토록 했다.

사업자, 영업점, 종사자의 관계를 종속적 관계로 봐 사업자에게 영업점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또한 국토교통부장관이 사업자와 영업점, 종사자 간의 공정한 계약의 체결을 위해 일반 근로자와 유사한 초과근무 수당, 휴가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 조건을 기입한 표준계약서의 작성 및 사용을 권장토록 했다.

아울러 택배회사와 영업점이 종사자에게 휴식을 보장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하며 이상 기후 시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하도록 하고 안전 확보, 서비스 개선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토부장관이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에게 개선명령을 내리거나 권고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한 대형택배사 물류센터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사용자측 “택배종사자는 개인사업자”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첨예한 입장차로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먼저 택배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산업 구조와 특성, 해당 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편익, 산업의 미래 발전방향 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측 한 관계자는 CNB에 “법안이 이해당사자들의 함의가 아닌 일부단체의 입장만 반영돼 있다”며 “택배운전종사자들이 독립적인 개인사업자 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측의 의무와 책임이 과도하게 규정돼 있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 등록 하에 1년 단위로 화물운송사업체와 배송업무 위탁계약을 맺는 특수형태근로로 종사하고 있고 택배대리점과의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수요소인 택배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할 시기에 현실을 외면한 채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친 방안이 제시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히, 독립된 사업자 간에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도 및 감독 권한을 가질 수 없다는 것으로 지도·감독은 공정거래 관련 법령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경영간섭이 문제될 수 있어 하도급법 등과 충돌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도 제정안과 관련해 찬성 측인 택배연대노조와는 다른 시각이다. 이들은 기존 정체된 화물시장의 업권 침해 및 경쟁심화와 택시·자가용화물자동차 등 영업용 화물차량이 아닌 운송수단의 도입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택배, 이륜차 등을 별도로 규정하기보다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근간으로 해 개정·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이해 당사자 간 첨예한 입장차가 존재하고 있고 택배회사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향후 법안 진행과정은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앞서 이 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제출됐지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으나, 21대 국회에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 밀고 있고, 무엇보다 거대여당의 등장은 택배기사 처우개선이라는 여론의 힘을 받아 강행에 무게추를 기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택배회사 측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자나 택배종사자 모두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립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이라며 말을 흐렸다.

 

(자료=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한국통합물류협회)​​​​​

 


배송수수료 올리면 결국 소비자 부담



한편,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갈등의 한 이면에는 택배기사들이 받는 배송 건당 수수료 인상 부문이 핵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수수료를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토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개당 2500원의 택배요금을 지불할 시, 쇼핑몰에서는 통상적으로 포장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약 800원을 제외한 약 1700원의 요금을 택배회사에 낸다.

이 금액에서 픽업하는 기사 및 간선기사에게 도합 약 600원, 그리고 도급 형태의 아르바이트생 등에게 약 100원이 배분되고 터미널 운영비 등을 제하고 택배대리점·영업소를 거쳐 택배기사들에게 대략 700원~900원 사이가 지급되는 구조다. 물론 택배화물 취급수수료는 지역별·화주별로 큰 편차가 존재하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이렇다.

업계에 의하면 택배본사는 박스 한 건당 2~4%의 영업이익률, 즉 100원 미만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

국내 택배시장 평균단가는 2015년 2392원,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2018년 2229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인한 택배사들의 단가 현실화 작업 등에 따라 2018년 대비 40원(1.8%) 오른 2269원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전반적으로 택배단가가 올라가면 회사는 물론 일선 종사자들의 수익도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녹록치 않다”며 “반발이 거셀 뿐만 아니라 타 택배사로 갈아탈 수 있어 전 업체가 올려야 하는 데 이 경우 담합이 된다”고 토로했다.

주 고객층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물류비(택배비)를 인상하면 상품비를 올리는 식으로 보전하게 될 것이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택배비 인상이 어려운 탓에 규모의 경제 즉, 대규모 투자로 자동화 장비를 도입, 생산 효율성을 높여 운영비·고정비를 낮추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 구조상 택배기사들의 건당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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