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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핫이슈⑰]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금융권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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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1.02.26 09:49:19

노조가 추천한 외부인물을 이사회로
기업은행, 노사합의로 올해 첫 실험
국회에서는 관련법 개정 논의 활발
재계, 경영권 침해 등 부작용 우려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5일 KB금융 본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융산업노조,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지주회사에 공익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참여연대)


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나락으로 치달으면서 ‘민생입법’을 내건 21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과반 의석 이상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키는 등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다. <편집자주>

 



노동이사제란 기업의 이사회에 노동자(근로자) 대표를 포함시켜 이들로 하여금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오스트리아·체코·독일·덴마크·핀란드 등 유럽의 상당수 국가에서는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기관까지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서울특별시가 도입한 이래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한계가 뚜렷한 상황. 이에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꾀하기로 했다. 향후 민간영역으로까지 파급효과도 노려보겠다는 기대다.

그동안 진행이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이 근로자 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1년간의 논의 끝에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를 도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법 개정 사안인 만큼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국회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 논의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건의하고, 법 통과 이전이라도 공공기관 노사가 자율합의에 따라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참관과 의장 허가 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노동조합이 적합한 인사를 추천하는 경우 ‘공운법’ 등 현행법상 절차를 거쳐 비상임이사에 선임 가능토록 함께 노력키로 했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시선은 국회로 모아진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은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이밖에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공운법 개정안은 같은 당 소속 김경협·박주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부적격 논란 등 자격성 시비



하지만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자격성 시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이사는 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운영에 관한 사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직무에 맞는 전문성이 필요하나 검증하는 절차가 미흡해 부적격자가 이사로 임명될 우려가 있다.

또, 노동조합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이사회에 포함할 경우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이 아닌 해당 노조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기관의 운영방향이 결정되는 등 이사회의 중립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재계에서는 응당 곱지 않은 시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사관계 현실에 맞지 않으며, 경영효율성 저하 및 노사갈등 심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고, 근로자들과의 소통과 의사반영은 노사협의회나 단체교섭 등 이미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제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한국과 같이 주주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고,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민간기업의 도입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밀어붙인다면 못할 것도 없어 향배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는 가운데, 이미 금융권에서 오래전부터 추진돼온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의 사례에 관심이 집중된다.

 

2017년~2019년 5대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개최 및 안건 처리현황. (자료=참여연대)

 


번번이 가로막힌 노조추천이사제



노조(근로자)추천이사제는 말 그대로 노조가 추천한 외부 인물을 이사회에 앉히는 방식이다. 소속 근로자가 직접 이사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보다는 그나마 부담이 적은 제도라 볼 수 있다.

지난 2017년부터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를 제안했지만 번번이 주주총회에서 좌절됐고, 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역시 주무부처의 반대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융산업노조,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노조추천이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바람이 그 여느 때보다 거세다.

이유는 뭘까. 대규모 사모펀드 소비자 피해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2019년 8월 DLF 불완전판매 사건부터 시작해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2020년 6월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기사건까지 금융사들의 실적우선 경영과 무책임한 금융상품 판매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현 금융권 이사회는 거수기에 불과해 경영진에 대해 별다른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참여연대에 따르면 사모펀드 판매가 급증하고 있던 2017~2019년 3년 동안 신한·KB·하나·우리·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회사 이사회는 총 209회 개최돼 559개의 안건을 처리했으나 이사회가 영향력을 행사해 부결되거나 조건부·수정 의결된 안건은 7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5대 금융지주사 위험관리위원회의 원안 가결률은 100%에 달했다.

이에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는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고 화살을 겨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말 기준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각각 9.97%, 9.12%, 9.97%다. 우리금융지주 지분도 9.88% 확보하고 있어 2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 노조추천이사제와 맥락이 같은 공익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비위 행위를 되풀이 하지 않고 소비자 보호 및 금융의 공공성을 제고하려면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책이라는 얘기다.

 

기업은행 노조는 2019년에도 노동 사외이사를 추진한 바 있다. (사진=노조) 

 


기업은행 물꼬 틔우나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행보가 예의주시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업은행 노조는 노동이사 공모까지 진행하며 이사회 참여를 추진했지만 금융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위로 끝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이미 지난해 초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라는 ‘노사 공동선언’을 발표했고 이러한 약속에 따라 올해 실행 절차가 착착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의 이사회는 은행장, 전무이사,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근로자추천이사가 자리할 곳은 바로 사외이사다. 현재 4명의 사외이사 중 김정훈 이사의 임기가 지난 12일에 만료됐고, 이승재 이사의 경우 내달 25일까지로 이중 한 자리에 노조가 미는 이사가 탄생할지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CNB에 “공모는 하지 않고 주요 후보군을 각계에서 물색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복수 후보를 추천해 3월 하순경 은행에서 제청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행법 등에 따라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경영·경제·회계·법률 또는 중소기업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면하도록 돼 있다.

특히 경영침해 등 일부 부정적 시각과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사외이사 중 한 명을 무조건 선임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추천을 한다는 것으로 이는 문재인 정부의 초기 공약이기도 하다”며 “그 공약이행의 과정으로 공공기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유의미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기업은행에서 근로자추천이사제가 첫 결실을 맺고 긍정적인 선례를 만들게 된다면 향후 민간기업에까지 확장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근로자추천이사에 대해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은행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금융위에 제청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직원(노조)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월 중 복수 후보를 제청할 생각으로 사외이사로의 선임 여부는 후보 역량에 따라 좌우되고 특정 후보가 자동 선임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한 뒤 “근로자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서 관련 법률의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덧붙였다.

조심스레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기업은행은 과연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이사회에 입성시킬 수 있을까. 바람대로 이뤄진다면 아무래도 공운법 법안 논의에도 탄력을 불어넣고 국책은행·금융공공기관에 자극이 될 것임은 물론 시중금융권에도 도화선을 당기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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