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치료제 국내공급 시작
종근당·녹십자, 조건부 승인 추진
변이 바이러스 등 돌발변수 여전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약사들 간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셀트리온이 국내제약사 중 최초로 치료제 공급을 시작하면서, 제약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속도전’에 문제는 없는걸까. (CNB=손정호 기자)
“국민들과 약속한 대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를 국내에 제조원가로 공급합니다. 국가적인 재난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게 목적입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온라인 기자간담회 中)
셀트리온이 지난 17일부터 국내 156개의 지정 의료기관에 ‘렉키로나’ 공급을 개시했다. 해외 수출도 진행 중이다. 지난 25일 유럽의약품청(EMA, European Medicines Agency)이 검토에 착수했다. 유럽에서도 조만간 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치료제가 필요한 의료기관이 공급요청서를 작성해서 셀트리온제약에 보내면,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구매해서 제공하는 방식이다. 재고와 투약 현황은 질병관리청이 관리하고, 유통은 글로벌 의약품 유통사인 쥴릭파마가 맡았다. 2∼8℃의 온도를 유지해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 온도 조절장치와 온도계가 있는 전문트럭을 사용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국내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10만명 분을 생산했으며, 앞으로 수요에 따라 150~300만명 분을 더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회장은 “‘렉키로나’ 개발에 10개월, 허가에 1년 걸렸다”며 “개발 과정, 동물 임상시험, 생산 현장, 안전성 등은 정식 승인과 동일하다. 2상(두 번째 임상시험) 결과를 갖고 조건부로 승인하고, 올해 안에 3상 결과를 제시하라는 조건으로 약물을 우선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권기성 연구개발본부장, 김성현 임상기획담당장이 직접 참석해 개발 과정과 앞으로의 플랜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했다.
보통 신약을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 3상까지의 결과로 안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렉키로나’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3상도 진행한다는 조건으로 사용을 승인했다는 얘기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CNB에 “해외에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것”이라며 “치료제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심도 있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들도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종근당은 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인 ‘나파벨탄’을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임상 2상을 완료했는데, 고위험군 환자에게서 61.1%의 증상 개선율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GC녹십자는 ‘GC5131’이라는 이름의 혈장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성을 갖춘 항체를 추출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했는데,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동화약품은 천식치료제 후보물질인 ‘DW2008S’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페럿(족제비의 일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
유한양행은 항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 전문기업인 앱클론과 함께, 전문인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땐 무용지물
국내 치료제가 팬데믹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시선이 있다.
먼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의 공급이 시작된 점은 긍정적이다. ‘렉키로나’는 3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투여를 한 후 7일째에 바이러스 농도가 1500배 감소했다.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위약군에서는 200배 감소해, 이를 투여하면 약 7배 정도 증상이 둔화됐다. 환자의 장기가 손상되며 중증으로 발전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셀트리온은 약 1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도 진행하고 있다. 중증 환자 발생율을 더 낮추고, 안전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C녹십자와 종근당의 치료제도 상반기 중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국산 치료제가 늘어나면서 국내외 환자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변이 바이러스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변이가 발생해 새로운 위험이 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기존에 개발한 치료제가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셀트리온은 이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38개의 항체 중에서 32번 항체가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중화능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 이를 기존 ‘렉키로나’와 함께 처방하는 칵테일 기법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변이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CNB에 “셀트리온의 치료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른 제약사는 종근당 외에는 아직 뚜렷한 결과가 없다”며 “우리 치료제가 성공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