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들어주는 로봇…호텔서비스 안부러워
인공지능이 스마트팜에서 농작물 재배
모바일로 가전제품 제어…갈수록 확장
아파트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스마트홈 갤러리를 업그레이드하고, 미래의 주거 형태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다른 건설사도 스마트홈을 강화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CNB가 현장을 살펴봤다. (CNB=손정호 기자)
#. 거실로 작은 로봇이 다가온다. 로봇의 얼굴 부분에 달린 작은 모니터에서 여자친구가 나타나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든다.
이는 최근 삼성물산이 공개한 미래 아파트의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강동구 장지역(지하철 8호선) 인근에 있는 래미안갤러리의 스마트홈 공간을 업그레이드했다.
이 공간의 이름은 ‘래미안 RAI(Raemian Artificial Intelligence) 라이프관’이다. 이곳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있지는 않다. 팬데믹이 끝나면 공개한다는 계획으로 준비만 해둔 셈이다.
‘래미안 RAI 라이프관’은 크게 공용부와 세대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주차장에서부터 로봇이 주민의 짐을 이동시켜주고, 시설물을 안내해준다. 다양한 로봇이 사람의 편의를 돕는다는 얘기다. 스마트팜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채소를 키운다.
아파트 거주공간도 똑똑하다. 거실에서 퍼스널 로봇으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으며, 음식을 주문하거나 영화 관람 예약을 할 수도 있다. 주방에 달린 스크린을 통해 스마트팜의 채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욕조에 원하는 온도의 물을 받을 수도 있다.
이를 운영하는 플랫폼도 업그레이드했다. 이는 AI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물들을 연결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게 하는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인데, 삼성SDS와 협업해 만들었다. 삼성물산의 이 플랫폼은 오픈형 시스템이라 다른 기업이 참여할 수도 있다. 참여하는 기업을 기존 13곳에서 25곳으로 늘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CNB에 “래미안갤러리의 RAI 라이프관은 이전보다 훨씬 발전한 아파트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드론을 이용해 배송을 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아파트에 접목해 나아가는 청사진이다”고 말했다.
음성제어는 기본…세탁기도 앱으로 작동
다른 건설사들도 집을 ‘스마트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스마트 아파트 플랫폼인 ‘하이오티(Hi-oT)’를 갖고 있다. 최근 힐스테이트 리버시티(경기 김포)에 자체 개발한 빌트인 음성인식 시스템인 ‘보이스홈’을 설치했다. 아파트에 설치된 보이스홈을 하이오티와 연동해, 말로 다양한 일들을 지시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 셈이다.
‘H 오토존’도 발전사례로 볼 수 있다. 힐스테이트 리버시티의 지하주차장에는 건식으로 자동차 세차를 하면서 정비와 튜닝이 가능한 공간이 있다. 이 ‘H 오토존’에 하이오티를 연동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예약을 할 수도 있다.
GS건설은 올해 스마트홈 시스템인 ‘자이 AI 플랫폼’을 아파트 10만 세대에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기존의 스마트폰 앱을 업그레이드한 ‘스페이스 앱’을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구입한 세탁기, 에어컨 등도 사물인터넷 기능이 있으면, 앱에 추가해 컨트롤할 수 있다.
음성 인식도 된다. GS건설은 스마트홈을 KT 지니, LG 클로이, SK 누구, 네이버 클로바 등 주요 IT 기업의 음성인식 엔진과 연동시켰다. 이를 통해 음성으로 ‘외출할게’라고 말하면 전력과 전등이 외출 모드로 전환된다. 엘리베이터를 부르거나, 로봇청소기에게 음성으로 일을 시킬 수도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플랫폼 프로그램 개발기업인 아이티로의 지분 30%를 매입했다. 아이티로는 AI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스마트홈 플랫폼’을 갖고 있는데, 이번 투자로 이를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아파트 내부의 냉난방을 조절하거나, 가스 밸브와 전등을 켜거나 끌 수 있다. 작년에는 전라북도 완주군의 스마트빌리지에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라 부르기엔 2% 부족
똑똑한 아파트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우선 코로나19로 언택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계속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KT, LG유플러스, SK텔레콤)의 5G 기술이 상용화되며, 사물인터넷 기능을 구현하기 쉬워진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는 우리나라의 이 시장이 2017년 14조9613억원에서 오는 2025년 20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스태티스타는 세계 스마트홈 시장이 2020년 773억 달러(약 86조46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1757억 달러(약 196조52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주택시장이 포화상태인 점도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인구 증가율은 점점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아파트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라 건설사 입장에서는 신기술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음성인식 기능의 인식률이 생각보다 떨어지거나, 스마트폰과 스마트홈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점 등 다양한 기술적인 불만이 아파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CNB에 “스마트 아파트는 이제 조금씩 진화해 가는 단계로 다양한 가능성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집 전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스마트시티의 인프라에 연결되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