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1.03.22 10:32:48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발발 이후 전국에서 일반 공무원과 선출직 공직자들의 부동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해 150만 공직사회에 초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겸 당 대표 직무대행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공무원·공공기관·지자체·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로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의 이날 발언은 우선 LH처럼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추진하고, 다음 단계로 이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관할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일부 특정분야는 7급 이상)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에 대해서는 재산 등록,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재산 공개를 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전체 공무원 수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합쳐 111만3800명이며 이 가운데 재산등록의무자는 14만1700명, 재산공개 대상자는 864명이다. 여기에다 공직자 범주에 들어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을 합한 공공기관 전체 인력은 150여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공직자 재산등록제가 전면 확대되면 이들은 재산을 등록한 뒤 해마다 변동사항을 신고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2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김영란법이 만들어졌을 때는 대상자들의 불만과 불편이 컸지만, 실제로 매사에 조심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공직자 재산등록 역시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사생활이나 기본권 침해라며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투기나 뇌물수수 등의 비리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 전문가는 ”단순히 재산을 등록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면서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이를 꼼꼼히 살펴 부당한 재산축적이 있는지 가려내고, 현재 1급 이상으로 한정한 공개 범위를 넓히는 한편 허위 등록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하는 등 제도의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공무원은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난데없는 ‘LH 사태’로 재산을 등록해야 할지도 모른다니 난감하다"며 "최근 주식에 1000만원 가량 투자했는데, 이것으로 인해 의혹을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공직자는 "차명거래를 포착하지 못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도 정치권에서 재산등록제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이 공직자의 지적처럼 재산신고 시스템 자체의 허점도 문제다. 재산신고를 하더라도 따로 세대를 구성한 성인 자녀나 부모 재산은 신고 의무대상이 아니다. 친인척이나 지인 등을 통한 부동산 차명거래 또한 적발하기 힘들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