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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핫이슈㉓] “욕하지 마” 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법’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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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1.05.24 09:34:34

금융사 직원 절반 가까이 폭언 피해
노조 “스트레스 심각, 법 제정해야”
휴직·치료 등 산재 준하는 법안 발의

 

금융산업 감정노동자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7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여권 내 쇄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그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각종 민생․경제법안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종 경제공약이 쏟아지면 여야 간 입법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CNB는 정치권의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금융권 감정노동자들에 관한 이슈다. <편집자주>

 


 


“감정노동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이같이 부르짖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무금융노조(소속 지부: KB국민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신한생명보험, 푸본현대생명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한화손해보험,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SK매직 등)와 금융노조(소속 지부: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NH농협, 수협중앙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지부 등)는 조합원 수만 20만명에 달하는 금융권을 대표하는 양대 산별노조다.

이들 단체가 이처럼 호소하고 나선 까닭은 뭘까. 소비자가 친절함과 보살핌을 느낄 수 있도록 표정·동작 등을 관리하고, 실제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이 금융노동자들에게는 산업재해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금융노조 조합원 모바일 실태조사 연구보고서(2018년 9월)’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 1만8036명 중에서 31.4%에 해당하는 5672명이 지난 1년 동안 고객에게 폭언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 고객 대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42.7%가 피해 경험이 있는 등 감정노동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올해 3월 공개한 ‘사무금융 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181명 중 무려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이 직무 스트레스 고위험군(상위 25%)에 해당됐다.

감정노동에서 조직의 보호 체계를 통해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90% 이상, 감정 부조화를 겪는 비율 또한 약 80%에 달했다.

 

지난 4월 29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산업 감정노동자 보호 7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민병덕 의원실)

 


“방어막 제대로 작동 안돼”



사정이 이런데 이들을 보호할 방어막은 없는 걸까.

2018년 산업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보건안전법’에서 고객응대직원의 건강장해 예방조치의무가 신설됐고, 이에 앞서 2016년에 금융 관련 5개 법률(은행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대부업법,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고객응대직원을 고객의 폭언, 성희롱, 폭행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당 고객으로부터의 분리 및 업무담당자 교체 ▲직원에 대한 치료 및 상담 지원 ▲상시적 고충처리 기구 마련 ▲형사처벌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고 그 행위로 피해를 입은 직원이 요청하는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미이행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어막이 적극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금융노조·금융노조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폭언·성희롱 등을 당한 직원을 해당 고객으로부터 분리하는 등 사후적인 조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과의 갈등으로 인한 평판 저하 및 노동자의 보호조치 요구시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 등에 따라 폭언 등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응대 거부 및 수사기관 고발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즉, 감정노동자 보호조치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민원접수를 감소시키거나 갈등을 줄여야 하는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 처지에서는 고객에게 더욱 친절하게 대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손님의 태도에도 참고 견디면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회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감정노동 보호 7법’ 주목



이에 국회에서는 한층 보강된 법안이 최근 제출됐다.

배진교 의원(정의당),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금융산업 감정노동자 보호 7법(은행법, 보험업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신용협동조합법, 새마을금고법)’은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을 예방하기 위한 대면 및 비대면 고지의무 신설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거나 질병 발생 시 치료비 지원 및 일시적 휴직 지원 ▲직원을 보호하지 않은 금융사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 상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조 측에서는 ‘금융산업 감정노동 보호 7법’을 통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금융사 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감정노동이 보호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5개 금융법 개정안(제윤경 의원 2018년 2월 대표발의)이 올라온 바 있으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당시에는 산업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정합성 문제가 법체계적 측면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배진교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금융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2년 앞서 은행법·보험업법 등 금융 관련 법에 고객응대직원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가 마련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잘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산업 감정노동자 보호 7법’은 기존 법에 특별히 의무를 더 추가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게 구체화해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촘촘히 보호하겠다는 취지라는 것.

아울러 금융회사들의 부담 발생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ESG(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이 중시되는 환경에서 조직 문제 투명성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다”며 “법안 논의가 시작되면 통과에 최선을 다하고 반대의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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