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신세계 아성에 도전
‘동탄맘’ 겨냥한 키즈공간 눈길
쇼핑과 예술, 경계 허문 콘텐츠
인구 1000만이 집중된 경기 남부 지역에 유통발 격전이 예고됐다. 이미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용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성남), 갤러리아 광교점(수원) 등이 포진한 상황에서 업계 선두 롯데백화점이 지난 20일 화성에 신규 점포인 동탄점을 열었기 때문. 이제 이 거대 상권의 정상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뺏고 뺏기는 공성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후에 웃는 성주는 누가 될까. CNB가 주요 백화점의 공격과 방어에 얽힌 전략을 짚어본다. 이번 편은 볼거리, 즐길거리 충만한 콘텐츠를 앞세워 신규 출점한 롯데백화점이다. (CNB=선명규·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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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를 닮은 기둥마다 실제처럼 물결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눈속임. 실내 공간에 역동성을 부여한 것은 미디어아트. 시시각각 변하는 영상 예술이 백화점의 분위기를 그럴싸한 갤러리처럼 바꿔준다. 그리고 이것은 롯데 동탄점의 지향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미술관 같은 백화점’. 개점 첫날인 지난 20일 이곳을 찾았다.
‘예술’과 ‘쉼’ 합쳐진 ‘스테이플렉스’
롯데는 백화점 포화 상태인 경기남부 지역에서 두 깃발을 내세워 공성전을 펼친다. ‘예술’과 ‘동네맘 잡기’를 새긴 채로.
콘셉트를 확실히 잡았다. 7년 만의 신규 점포인 만큼 기합이 팍 들어간 모습이 보인다. 널찍한 보행로와 아트월, 탁 트인 개방 구조 등이 기존의 롯데백화점과는 다른 느낌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클래식한 감성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예술적 요소를 극대화한 것이다. 연면적 24만6000㎡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은 다양한 예술품들로 채워졌다. 쇼핑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어우러진 공간을 조성해 ‘머물고 싶은 백화점(스테이플렉스)’으로 거듭나겠다는 롯데의 전략이다.
백화점 전 층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까지 100개가 넘는 예술품이 존재한다. 특히 1층 중심부에는 세계적인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8m짜리 거대한 작품이 배치돼 포토존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기둥과 매장 전면에는 미디어 아트 작품 ‘웨이브’가 설치돼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 외에도 층별로 콘셉트를 다르게 설정해 현대미술 작품, 조형물 등을 적절히 배치한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백화점 최초로 ‘오디오 도슨트’ 서비스를 제공해 완벽히 갤러리 분위기를 자아냈다. 배우 이동휘의 목소리로 총 31개 작품에 적용되며, 작품 옆 캡션에 부착된 QR코드 및 롯데백화점 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다양한 휴게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3층에 위치한 야외 정원 ‘더 테라스’는 약 1000평 규모를 자랑한다. 녹음이 우거진 자연 친화적인 환경과 예술 조형물, 넉넉한 쉼터 등이 고객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하는 요소다. 또한, 6층에는 반려견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펫 파크도 조성됐다.
‘동탄맘’ 겨냥한 콘텐츠 대량 투척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이른바 ‘동탄맘’을 겨냥한 콘텐츠에 집중했다. 동탄 신도시에는 미취학 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고 자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동탄맘은 동탄 신도시의 집값 상승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정도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유아동과 맘들을 위한 전문관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하 2층에 들어선 문화센터 ‘라이프스타일랩’은 동탄맘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문화센터 최초로 스튜디오를 도입한 ‘사운드&레코딩 스튜디오’를 비롯해 ‘시네마 스튜디오’, ‘키즈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등 공간 구성을 차별화했다. 문화센터는 주차장과 바로 연결된다. 고객들이 유모차 등을 끌고 편리하게 문화센터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는 의미다.
국내 유명 키즈 업체들과 협업해 만든 다양한 키즈 콘텐츠도 눈길을 끌었다. 카테고리별로 세분화해 체험형 공간으로 빼곡히 채웠다.
키즈카페 ‘챔피언 더 에너자이저’의 전용 놀이공간에는 많은 어린이와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아이와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그 자리에서 섭취할 수 있는 이유식 카페 ‘얌이밀 타운’도 인상적이었다. 아이의 개인 취향에 맞는 이유식을 부모가 직접 조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키즈 뷰티 브랜드인 ‘디엘프렌즈’에서는 네일을 포함한 어린이용 색조 화장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별도 아트 클래스존을 구성해 ‘슬라임 만들기’, ‘거울 만들기’ 등의 수업도 진행된다.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키즈를 위한 프리미엄 패션 상품군도 강화했다. 명품 키즈 편집샵 ‘CuiCui(퀴이퀴이)’에서는 19개 명품 브랜드의 다양한 키즈 제품들을 판매한다.
또한 동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형 유아 휴게실, 프리미엄 유모차 대여 서비스 등 유아 동반 고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도 확대했다. 특히 유아 휴게실은 기존 백화점보다 더욱더 넓은 공간으로 구성됐으며, 수유실과 기저귀 교환실 등 용도에 따라 공간을 나눠놨다. 유아를 데려온 아버지를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있을 정도다.
이날 설명을 담당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롯데백화점 동탄점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예술·문화 체험형 콘텐츠로 채웠다”며 “동탄이라는 지역 특성에 맞게 아이들과 부모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기 남부 유통대전 예고…방역 부담 변수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비교군은 경기 남부 지역의 백화점이다. 최근 신규 출점한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지역과 고객 타깃이 상이하게 달라 동일 비교 선상에 놓기 어렵다. 오히려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갤러리아 광교점 등과 자리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 측도 이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동탄점은 자연채광을 받을 수 있는 ‘보이드’ 건축기법과 하얀 톤의 마감을 활용해 더현대 서울과 비슷하게 느끼는 분들이 간혹 있다. 또한 롯데 동탄점 내부 설계에 참여한 캐나다 인테리어 업체가 동일하다 보니 비교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쇼핑몰 트렌드 때문에 외관상 닮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고객 대상 설정을 명확히 한 것이 특징이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방역 부담은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10명이 확진됐으며, 이들과 접촉한 인원들을 계속 파악 중이다. 오픈 후 이틀만에 6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확진자 증가세에 따라 점포 셧다운이 이어지면 당연히 실적이 감소될 것”이라며 “이는 지역 내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CNB=선명규·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