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기자수첩] 배민·쿠팡법? 중대재해처벌법 마주한 배달업계…법 실효성 있나

  •  

cnbnews 김수찬기자 |  2022.02.10 10:17:43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배달업계에 큰 혼선이 빚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업에서 노동자가 중대 재해를 입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경영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말하는 중대 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했을 때를 의미한다.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인 사업장에는 2024년부터 적용된다.

상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도급·용역·위탁 등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를 의미한다.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배달업계 적용은 배민‧쿠팡·요기요 뿐?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이 배달업계에도 적용되면서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법 적용 체계가 불분명하고 기준이 모호해서 배달 플랫폼과 배달대행업체, 점주 간 책임 소재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산재 예방의 실효성은 없고, 시장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법에서는 보호 대상을 보급·용역·위탁 등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기 때문에 배달 라이더도 포함됐다.

문제는 현 기준의 법안을 살펴보면 배달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으로 포함되는 곳은 사실상 배달의민족(배민)·쿠팡(쿠팡이츠)·요기요 등 세 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배민과 쿠팡, 요기요는 각각 배달 전담 자회사 우아한청년들, 쿠팡이츠서비스, 요기요익스프레스를 통해 직접 라이더에게 위탁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상시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어서 법 적용 대상에 완벽히 부합한다.

반면 지역 배달대행업체는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다. 배달 라이더를 수십 명 보유하고 있더라도 상시근로자 수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4인 이하의 배달대행사가 중대재해법 사각지대가 되는 셈이다.

 

라이더 사고 시 책임 주체가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라이더 사고 나면 누구 책임?



더 큰 문제는 책임 주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즉, 사고 시 처벌을 받는 대상이 어디가 되냐는 것이다.

현재 법에선 책임 주체를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 책임자 혹은 개인사업주로 정의했다.

개인사업주인 자영업자의 경우 해당 사업장만 관리하면 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에 따르면 사업주가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을 행한 경우 그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따라 개인사업주는 사업장의 안전 문제와 시설 관리 등을 철저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배달대행 운영사와 지역 배달대행업체 등은 그 범위가 모호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 따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사업 특성 및 규모를 고려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해석에 따라 사업장의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책임 주체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가령, 사고 다발 지역인 도로 위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배달 대행 운영사인지, 배달 대행업체인지 등을 따지면서 복잡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배달 라이더의 실수가 명확하더라도 이륜차의 안전조치가 미흡할 경우 배달대행업체 역시 사고의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동 중에 식품이 변질된 것인지, 보관상의 문제가 있는지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CNB에 “근로자 보호와 안전문제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적용 기준이 애매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며 “음식 배달의 경우 단계별로 다양한 업체가 각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 많아 사고 발생 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처럼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 전세입자를 보호한다고 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일명 임대차3법)이 전세 시장에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했는 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CNB=김수찬 기자) ​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