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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핫이슈(27)] ‘집단소송제’ 대선주자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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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2.02.26 10:47:10

이재명 “소비자가 우선” 산업 전 분야 도입
윤석열 “소송 남발 우려” 선별적 도입 주장
안철수 “사회적합의 우선돼야” 신중론 펼쳐
심상정 “입증 책임 기업 몫” 입법 서둘러야

 

(왼쪽부터)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심상정(정의당)·안철수(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오는 3월 9일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집단소송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 사안은 재계에서 20년 가까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별 진척이 없는 가운데, 대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워낙 찬반 양론이 팽팽해 이재명·윤석열 등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도 입장이 제각각이다. 이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CNB=이성호 기자)


 


집단소송제는 1인 또는 다수의 일부 피해자가 가해자(기업)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손해를 인정받으면, 나머지 동일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로 인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미국·영국·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프랑스·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집단소송제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거래법상의 일부 손해배상책임으로 한정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제정돼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전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뭘까. 현 제도상 소비자 피해구제가 미흡하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참사, BMW 차량 화재, 홈플러스 고객정보 불법판매, 카드 3사(KB국민카드·NH농협카드·롯데카드)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건, 사모펀드 불완전·사기판매, 5G 이동통신서비스(SK텔레콤·KT·LG유플러스) 불통 문제 등 기업의 잘못이나 반사회적·비윤리적·불법 행위 등으로 인해 대다수 소비자에게 피해가 있어 왔고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집단적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마땅한 보상 등 피해회복을 받기가 좀체 어렵다는 것.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민사소송법에 따라 각 개인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맹점은 소송에서 승소해도 소송을 건 당사자들만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

거대 로펌으로 무장한 기업을 상대로 개인이 법정 다툼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시간적 부담은 물론 피해입증도 스스로 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피해 금액이 소액이면서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의 경우 배상액은 적은 데 반해, 소송에 대한 부담은 커서 민사소송 자체를 기피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실상 소비자 보호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으로 사업자 입장에서는 크게 불리하지 않다. 패소하더라도 승소한 피해자에게만 보상을 해주면 되고, 지더라도 항소해 재판을 3심까지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잠재적 줄소송을 차단하고, 소멸시효(3년) 완성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될 때, 그 권리가 없어지는 것을 뜻한다.

실례로 지난 2014년 카드 3사(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은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당시 사상 최대 사건이었다. 성명·주민번호·휴대전화번호·주소·직장명 등 개인정보는 물론 결제계좌·연소득 등 신용정보까지 약 1억건의 고객 정보가 줄줄이 새나갔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 등에서는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했고, 최종 승소해 소송인단이 위자료 명목으로 10만원 가량씩을 지급 받은 바 있지만 2019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즉, 이들 회사를 상대로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극히 일부만 배상을 받은 것. 나머지 피해자들은 이제 소멸시효가 끝나 청구권이 사라졌기에 법에 호소할 기회마저 없다.

근본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배상조치 없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유사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사업자 등의 불법행위를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야 한다는 주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남소(濫訴)의 우려…대선후보들 엇갈린 입장



하지만 반대의견 역시 상당하다.

일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집단소송에서의 판결 효력이 현행 민사소송법상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판결하지 못한다’는 처분권주의와 충돌할 수 있다.

집단소송의 경우 구성원의 의사표시 없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구성원의 소송물에 대한 처분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남소(濫訴)의 우려가 핵심이다.

집단소송은 개별 당사자들의 소송제기에 따른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패소에 대한 부담은 적고, 소송을 수임받은 변호사는 많은 보수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업으로서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대외신인도가 저하되는 등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

이에 경제계는 결사반대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송대응력이 취약한 중소·벤처·영세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비용 등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생존 위협을 더 크게 받고,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고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아울러 법조 브로커, 직업적인 소송원고 등장, 변호사업계의 과당 경쟁적 소송,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는 외국의 집단소송 전문로펌까지 가세해 무리한 기획소송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집단소송제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오는 3월 9일 대통령선거일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한국가습기살균제참사협의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소비자단체는 최근 제20대 대통령에게 소비자권익3법(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증거개시제) 도입을 촉구하며 대선 후보들에게 찬·반 여부를 회신 받았다.

그 결과 집단소송제 도입과 관련해 이재명(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칙적으로 모든 분야에 적용하고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 찬성했다.

심상정(정의당) 후보 또한 피해구제의 효율성 및 정보의 비대칭 등을 이유로 집단소송제의 도입과 모든 분야로 확대해야 하고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서도 찬성의견을 냈다.

반면, 윤석열(국민의힘) 후보는 소액 다수 소비자 피해 등에 대해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남소로 인한 기업활동의 위축을 우려하며 모든 분야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은 반대했다.

입증책임 전환과 관련해서도 기업의 책임 여부를 고려해야 하고 증거게시제도 및 자료제출명령제 등 도입수준, 개인소송과 집단소송 간 제도의 균형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며 제한을 걸어 이재명·심상정 후보와 생각을 달리 했다.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는 유사소송 중복에 따른 비용 절감과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집단소송제 도입과 모든 분야의 적용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이며, 입증책임의 전환과 관련해서는 기업과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과 힘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입증책임 경감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견해다.

무분별한 소 제기 방지를 위해 집단소송에 있어 소송허가절차를 마련하는 것에는 4명의 후보 모두 공감했다.

 

집단소송제도 도입에 대한 각 대선 후보의 입장. (자료=참여연대)

 


政, 3월 국회 제출…새 정권 영향 클듯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집단소송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고, 정부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20년 9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폐지하고 증권 분야 외에 다른 분야에도 전면적·일반적으로 확대 도입을 골자로 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고,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3월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제출 시점으로 볼 때,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법안 통과 여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령 문 대통령과 같은 여권인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법을 제정하기 위해선 국회 의결이 있어야 하기에 상당한 진통은 이미 예고돼 있다.

사실 집단소송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제기돼 왔다. 국회에는 2004년 집단소송등에관한법률안(최재천 의원 대표발의)이 처음 제출된 이래, 2008년·2013년·2014년에도 관련 법안이 올라왔지만 진척 없이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고, 현 20대 국회에도 다수 상정돼 있지만 첨예한 대립각 속에 논의에 전혀 진전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입법으로 법안심의가 탄력을 받게 될지는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정부가 제정안을 국회에 올리면 논의는 되겠지만 통과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경제계 등의 반대로 인해 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소 우려와 관련해서는 “무조건 집단소송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필터링 기능 즉 ‘증권관련 집단소송법’과 마찬가지로 집단소송에 해당되는지 아닌지 법원에서 판단하는 ‘소송허가결정’ 절차가 있기에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라고 일축했다.

특히, 소송 남용을 걱정하지만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로 현재까지 제기된 집단소송은 10건에 불과하다는 것.

18년간을 끌어온 ‘집단소송제’. 진전이 있을지, 난전으로 표류하게 될지 시선은 국회에 쏠린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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