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외이사 늘리고 ESG경영 강화
건설업계는 ‘안전’ 관련된 안건 봇물
팬데믹으로 비대면 전자투표도 늘어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올렸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자투표가 더 강화되고, 여성 사외이사 선임, 건설업계의 안전 문제 등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CNB가 주총 관전 포인트를 분석했다. (CNB=손정호 기자)
상장 기업은 상법에 따라 일 년에 한 번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원 인사와 배당 등 경영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안건들을 결정해야 한다. 이런 주총은 보통 3월 말에 집중적으로 열리는데, 올해도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는 3월 29일에 가장 많은 상장사가 주총을 진행한다. 142곳(기아·넷마블·동아쏘시오홀딩스·두산·대우건설·이마트·한화·현대엘리베이터·AK홀딩스·CJ·GC녹십자·HDC현대산업개발·JW중외제약·KT&G·SK 등)에 달한다.
날짜별로 보면, 오는 24일(95곳, 메리츠화재·미래에셋증권·신세계·신한금융지주·아모레퍼시픽·오리온·애경산업·한미약품·한화생명·현대건설·현대자동차·LG전자·SK바이오팜 등)과 25일(133곳, 농심·대상홀딩스·보령제약·삼진제약·일동제약·오뚜기·우리금융지주·종근당·크라운해태홀딩스·하나금융지주·DB손해보험·DL·GS건설·GS리테일·KB금융·SK텔레콤 등)에 가장 많은 주총이 몰려있다.
23일(64곳, 대한항공·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삼양식품·제일약품·한샘·현대모비스·현대제철·LG화학·NH투자증권 등), 28일(50곳, 동성제약·현대백화점·현대중공업지주·CJ대한통운·GS·LF·LG생활건강 등)에도 여러 기업이 주총을 연다.
이밖에 18일(38곳, 삼성증권·삼성화재·유한양행·포스코·한화손해보험·효성·LG유플러스 등), 17일(15곳, 메리츠증권·삼성생명·호텔신라 등)에도 다수의 기업이 주총을 가진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많은 기업이 주총 분산 자율 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1분기 안에 주총을 열어야 하는데다 설 연휴와 대선 등을 피하다 보니 올해도 어쩔 수 없이 특정일(3월중순 이후)에 몰리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총 시즌의 관전 포인트는 뭘까.
먼저 전자투표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도입한 상장사는 2018년 486곳에서 2019년 654곳, 2020년 972곳, 지난해 1272곳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에는 팬데믹이 심화되면서 이를 실시하는 곳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도 전자투표를 실시한다. 금융, 유통업계와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올해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자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은 한국예탁결제원의 ‘K-eVote’, 삼성증권의 ‘온라인 주총장’이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K-eVote’를 사용하는 기업이 늘어났음에도, 예탁결제원은 ‘수수료 무료’를 고수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사용 기업이 전년보다 증가함에 따라 카카오페이, Pass앱 인증 등 다양한 간편 인증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도 주목받고 있다. 오는 8월에 새로운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데, 자산 2조원 이상인 법인은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된다. 기존 이사회 구성이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여성 사외이사를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 분석 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가 주요기업들의 주총 소집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이번에 새롭게 선임될 이사 177명 중 26.5%(47명)가 여성으로 조사됐다. 새 사내이사 73명 중에서 여성은 2.7%(2명)이었고, 사외이사 104명 중에서는 43.3%(45명)로 절반에 육박했다.
삼성전자는 여성 사외이사로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를 추가로 선임할 계획이다.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은 첫 여성 이사회 의장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신현정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LG화학은 이현주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새로 선임할 계획이다.
금융계에서는 신한금융지주(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교수)와 우리금융지주(송수영 변호사) 등이 눈에 띈다.
안전 문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시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에, 경제개혁연대가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영(APG)으로부터 위임받아 제안한 정관 변경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사회 안에 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다 참여연대는 현대산업개발 주주들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안건에 찬성해줄 것을 권고했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흔들려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됐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설·중공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안전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올해 주총에서는 전자투표가 더 늘어난 점을 비롯해, 배당 확대, 여성 사외이사 강화, ESG, 안전 문제 등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