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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핫이슈(28)] 윤석열의 약속…‘차등의결권’ 이번엔 결판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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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2.04.02 11:17:24

오너일가 보유주식에 ‘1+α’ 혜택 부여
재계 “적대적 M&A 막는 안전책” 주장
노동계 “재벌의 경영승계에 악용될 것”
윤 당선인, 벤처기업 도입…업계 기대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복수의결권이 도입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 온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 도입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 반발을 고려해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 조만간 새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화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재계는 환영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복수의결권주식은 ‘상법’에서 정하고 있는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로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있으나 외국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 따르면 미국・프랑스·영국 등 OECD 36개국 중 17개국이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벤처창업 붐으로 싱가포르·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2018년 이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한정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 무엇보다 경영권이 안정됨에 따라 창업기업이 IPO(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기업의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계에서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강력히 부르짖고 있다.

경영권 방어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적대적 M&A 상황에서 공격자를 제외한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대폭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인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도입 요구 또한 같은 맥락이다.

경영권 위협 사례로는 2003년 SK그룹에 대한 소버린의 경영참여 시도, 칼 아이칸이 2006년 KT&G와 벌인 지분 경쟁, 엘리엇의 2015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개입 그리고 2018년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구조개편 개입, 2018년 국내 사모펀드 KCGI의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 선언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여러 건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왔다. 하지만 친재벌적이라는 비판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는 물론 재벌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복수의결권을 다룬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사진=연합뉴스)

 


文정부 ‘축소판’, 국회 문턱 못넘어



사정이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축소판을 들고 나왔다. 비상장 벤처기업에게만 한정해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20년 12월 국회에 정부입법으로 제출한 것.

벤처기업은 1주 1의결권의 원칙 아래에서 자금조달의 방법으로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는 경우, 지분율이 희석돼 창업자의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자금력이 약한 벤처기업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외부자금의 용이한 조달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이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투자유치로 최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의 경우에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복수의결권주식의 존속기간은 최대 10년, 의결권 수는 1주마다 1개 초과 10개 이하의 범위에서 정관으로 정하도록 했다.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속·양도하거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는 경우에는 보통주식으로 전환토록 했다. 또한 벤처기업의 상장 된 경우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하되, 창업주가 상장 이후 일정기간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3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혁신적 벤처기업이 지분희석 우려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거대신생기업(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에게만 특혜를 주는 방식과 비슷한 모양새다. 앞서 정부·여당은 비금융사가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깨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을 밀어붙여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을 탄생시킨 바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말 국회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중위)에서 기존 의원발의 법안들과 통합·심의돼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사진=국민의힘)

 


중소·벤처들, 윤심(心) 자극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 ‘차등의결권’은 숙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등에서는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허용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설문조사(2019년 4월, 209개사 응답)에서 벤처기업의 88%가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을 희망하고, 벤처캐피탈도 66%가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수의결권이 시행되면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돼,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호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거는 기대도 크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벤처기업협회 등 포함)에서는 지난 1월 ‘윤석열 후보 초청 현장대담’을 개최하고 정책제안집을 전달한 바 있다. 혁단협 제안정책 중 총 27개가 공약에 반영됐는데 물론 ‘복수의결권’도 그 중 하나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선진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공약해 중소·벤처업계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복수의결권 도입 추진을 밝혔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업무보고를 마쳤다.

 

(사진=CNB포토뱅크)

 


“무능한 경영진까지 보호?” 반론도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산중위에 접수된 의견에 따르면 먼저 특혜 시비가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소수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해 1주 1의결권 등을 통해 주주평등의 원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법인 상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별법에서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를 먼저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부문이다.

특히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은 현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권한집중을 발생시킬 수 있어 그들에 의한 사익추구의 위험이 확대되고, 의결권이 희석된 기존주주나 소수주주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아울러 벤처생태계의 선순환구조(창업→성장→회수) 측면에서, 복수의결권이 무능력한 경영진까지 과도하게 보호해 경영권의 이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창업가의 성공적인 회수를 통한 재도전과 벤처캐피탈의 원활한 투자금 회수 등 벤처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국회 법안 논의과정에서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고개를 젓고 있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일단 허용할 경우, 다른 기업들에게도 복수의결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거세게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벌 승계에 악용될 우려 등에 대비해 존속기간을 정하고 상속 증여시에는 보통주로 전환과 같은 안전장치가 있다 한들, 상장 후 3년이 지나서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은 지배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장 후 유예 또는 존속기간 만료 전 지분이 창업주 52.6%, 외부주주 47.4%에서 만료 후에는 창업주 10%, 외부 주주 90%가 된다.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상장기업에 대해 적용하기 어려워, 결국 일몰조항이 삭제되거나 아니면 상장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일몰조항이 없어지면 대기업도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것이 되기에, 형평성에 맞게 가족이 지배하는 재벌기업 등에도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11월 2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류호정 의원(정의당), 경제개혁연대, 경제민주주의21,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폐기하라”며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사진=참여연대)

 


시민·노동단체들은 ‘결사반대’



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YMCA전국연맹 등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애초부터 이 개정안이 비상장 벤처기업 육성과도 무관하며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해악법이라며 쌍수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의 경우에 복수의결권 주식발행 없이도 주주 간 사적 계약으로 창업자와 투자자의 지배권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차등의결권으로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더불어 현행 상법상 무의결권 주식 발행으로도 지배권 방어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즉, 벤처 활성화에는 실익이 없고 재벌 세습 도구로 향후 악용될 부작용이 있다며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경실련 관계자는 CNB에 “복수의결권은 전체 벤처기업(4만여개)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고, IPO 직전에 있는 열 대여섯 개의 유니콘기업만을 위한 특혜 중의 특혜”라고 꼬집었다.

차등의결권을 통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거대신생기업이 됐거나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에만 복수의결권 주식이 용인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복수의결권은 유니콘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물꼬를 틔워 일반기업 나아가 재벌기업 등으로 확장될 소지가 크다”며 “진정 벤처기업 활성화를 꾀하는 것도 아니기에, 아예 제도 설계 자체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속히 거둬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복수의결권을 둘러싸고 찬·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 키를 쥐고 있는 국회에 뜨거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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