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부활’을 알린 야심작 ‘토레스’가 또한번 성공을 입증했다. 8월 국산차 판매 순위에서 8위를 기록하며 10위권에 진입한 것.
15일 완성차업계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토레스는 지난 8월 국내에서 총 3637대가 판매되며 전체 차종 중 8위를 기록했다. 출시 첫달인 7월의 2752대보다 885대 더 많이 팔렸다.
토레스보다 더 많이 판매된 차량은 스포티지(7위, 3873대), K8(6위, 4257대), 카니발(5위, 4535대), 그랜저(4위, 4606대), 봉고3(3위, 5389대), 쏘렌토(2위, 5674대), 포터2(1위, 7792대) 뿐이다. 상용차로 구분되는 포터2와 봉고3를 제외한 승용차 시장만 따지면 6위이기도 하다.
토레스보다 많이 판매된 차량들은 모두 국내 시장에서 오랜 인기를 끌어온 전통의 베스트셀링 차량이며,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차・기아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량이기도 하다. 이들과 토레스가 나란히 경쟁하면서 쌍용차의 실적도 급등했다.
쌍용차는 8월 한달간 국내에서 6923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무려 42.4%나 늘어난 수치다. 토레스라는 신차가 추가되면서 쌍용차 전체의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렇듯 쌍용차가 재기의 모습을 보여준 반면, 경쟁사인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기업의 8월 국내 판매량은 전년보다 각기 7.2%, 24.3% 줄어든 3950대, 3590대에 그쳤고, 이렇다할 반전의 계기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토레스’의 눈부신 성공이 완성차 업계 최대의 격전지로 꼽히는 ‘중형SUV’ 시장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이다.
‘중형SUV’는 3~4인 가족에게 적합한 ‘패밀리카’로 최근 수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전통의 차급이다.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 넥쏘, 제네시스 GV70, 한국GM 이쿼녹스, 르노코리아 QM6 등 각사의 핵심 모델이 이 세그먼트 소속이다. 오랜 기간 쏘렌토와 싼타페가 주도해온 이 시장에서 토레스는 쏘렌토를 제외한 모든 차량보다 많이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이 시장에서 오랜 기간 쏘렌토와 수위를 다퉜던 싼타페의 8월 판매 순위는 16위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강력한 국내시장 장악력과 싼타페 모델의 높은 인지도를 감안하면, 토레스가 싼타페의 판매량을 능가한 것은 ‘언더독(UnderDog)’의 신화에 다름아니다.
심지어 토레스의 높은 인기는 국내 중형SUV시장 자체를 성장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형SUV 내구 판매량은 1만723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3497대보다 27.7% 증가했다. 월간 내수 기준으로 국내 중형SUV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건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1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토레스의 판매량 3637대가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품질관리・후속작 성공 ‘과제’
이처럼 토레스의 거침없는 질주는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쌍용차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건 아니다.
우선 토레스의 생산이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쌍용차는 올해 안에 토레스 2만5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6만대의 예약이 대기하고 있으니 생산시설 확충에 문제가 없다면 판매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품질관리다. 생산속도 향상에만 신경쓰다 자칫 품질관리에 소홀하다보면, 나중에 ‘리콜’이라는 부메랑이 되돌아올 수 있다. 대량판매 모델일수록 후폭풍은 더 커진다. 아직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쌍용차의 체력을 감안하면, 한번의 대량 리콜로 그간의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 위기 요인이다.
두번째 과제는 후속작의 성공이다. 사실 토레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차’는 아니다. 디자인을 제외한 차체와 파워트레인 등 대부분의 요소가 이전 코란도 모델과 동일해서, 일각에서는 ‘코란도 페이스리프트’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쌍용차 측도 현재 러프스케치만 공개된 ‘KR10’이 제대로된 신차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KR10이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품질로 출시되야 쌍용차도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대차, 기아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꾸라지만 있는 연못의 메기’처럼 시장에 자극을 주고 경쟁을 추동하는 기업이 있어야 한다”며 “쌍용차가 이번 토레스의 성공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