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가격 기습인상…하루아침에 날벼락
게임사들, 기존가격 유지해 손실 떠안아
고환율 반영? 달러 가치 내릴 땐 그대로
애플이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의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했다. 고환율 분위기에서 애플의 독단적인 결정이 이뤄지자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최대한 가격 변동이 없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모델(BM)을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애플이 앱스토어 인앱결제 가격을 기습적으로 올렸다. 지난달 19일 애플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지역의 앱스토어(장터)에서 앱 및 인앱결제(자동 갱신 구독 제외)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상안은 지난 5일부터 순차 적용됐다.
애플은 총 87구간(티어)으로 가격표를 나눠 놓고 있는데, 가장 낮은 금액인 1티어는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인상됐다. 모바일 게임에서 최고 결제액 상품으로 구성되는 9만9000원, 11만9000원 상품은 각각 11만9000원, 14만9000원으로 2만원과 3만원 오른다. 1구간 당 평균 20% 이상 인상되는 셈이다.
애플은 공지를 통해 가격 인상 공지만 했을 뿐,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부가세, 소비세 등의 세금 인상과 달러화 강세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간 애플은 환율이나 세금이 변경됨에 따라 특정 지역의 앱과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게임사들 “최대한 기존가격 유지…인상 최소화”
애플의 독단적인 결정에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격 인상 발표부터 약 2주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비롯한 주요 국내 게임사는 판매 가격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M’·‘던전앤파이터 모바일’·‘히트2’·‘바람의나라:연’·‘V4’ 등 주요 모바일 게임의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이용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기존 판매 가격을 유지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 등 주요 모바일 게임에서 공지사항을 올리면서 인앱결제 가격 변동 계획을 공지했다. 대부분 상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며, 일부 아이템 가격만 소폭 조정될 예정이다.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컴투스그룹, 크래프톤, 라인게임즈, 엔픽셀 등 대부분의 게임사도 역시 판매 가격을 크게 변동하지 않고, 현행 상태를 유지했다.
다만, 일부 상품의 경우 가격 변동이 불가피해 가격 인상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임들도 있다. 게임사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상품 개수를 추가로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개당 가격을 대체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애플 측 티어 변경이 완료된 이후 게임 내 표기된 상품 가격과 결제 시의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실제 결제 금액은 상품 구매 시 표시되는 결제 승인 화면의 금액으로 결제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원스토어 등 타 앱마켓도 형평성 문제로 가격이 변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저들, 애플의 시장 지배력 남용 비판
국내 게임사가 판매 가격을 최대한 유지하는 쪽으로 조정에 나서면서,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상품의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인상안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게임사와 이용자가 떠안을 예정이다.
특히 중소 게임 개발사의 경우 소액 과금 비중이 높아 티어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로 인해 이용자 이탈이 우려된다. 또한 상품과 시스템을 조정하거나 개편하는데 들일 여력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미를 극대화해야 게임도 잘 팔리고, 유저들도 만족하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겼다”며 “애플과 같은 플랫폼 업체가 워낙 절대적이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은 앱 가격 설정 시 개발자가 소비자 가격을 직접 입력하는 방법 대신 자사가 정한 가격표의 구간을 선택하게 하는 방법을 고수 중이다”라며 “환율 인상 등을 핑계로 요금 인상을 단행하며 자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애플 인앱결제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도 미칠 전망이다. 게임사가 개당 판매가격은 유지하되 소량에서 대량으로 판매 물량을 높이다 보니 게이머들은 무조건 결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애플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 게임 이용자는 “달러값이 하락하면 결제 가격을 내릴 것도 아니면서 기습적으로 인상안을 발표한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곧 타 플랫폼 업체도 인앱결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맴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