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구글 등에 ‘망사용료’ 부과 추진
유저·시민단체 “망중립성 훼손” 강력 반발
논란 커지자 게임사도 뒤늦게 ‘반대’ 동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갈등에서 촉발된 ‘망 사용료’ 논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와 국회가 망 사용료에 대한 입법 움직임을 보이자, 구글과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 그간 침묵했던 게임업계도 뒤늦게 망 사용료 반대에 동참했다. 스탭이 한발 늦은 이유는 뭘까? 게임사 사정을 CNB뉴스가 들여다봤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망 사용료’란 인터넷 회선 접속료 및 서비스 이용료 등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개념이다. 현재 입법 논의가 되는 부분은 회선을 사용하면서 발생시킨 트래픽에 따른 요금 부과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글로벌 IT 기업과 콘텐츠 공급자(CP)는 그에 상응하는 요금을 망 공급자(국내 이통 3사)에 내라는 것.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은 국내 인터넷 전송량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와 소송을 벌이며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 반대로 국내 대형 콘텐츠 사업자(CP)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도합 3.3%만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음에도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이통 3사와 국회는 ‘망 사용료 법’으로 알려진 유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놓고 입법 움직임을 보였다. 글로벌 CP가 국내 ISP와 망 사용료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하면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야 모두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 무난히 개정될 것처럼 보였다.
글로벌IT기업·게임사·사용자 모두 반발…“망 중립성 훼손”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될 분위기로 흘러가자 글로벌 IT 기업과 게임업계,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망 중립성 원칙’이다. 망 중립성 원칙이란 통신사 등 ISP가 인터넷에서 오가는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할 때 내용, 유형, 기기 등의 요인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와 CP가 각각 자신들이 계약한 ISP에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의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구글 역시 유튜브를 통해 “망 사용료 법안은 한국의 크리에이터 생태계와 유튜브 운영, 콘텐츠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이어 국내 이용자들을 상대로 망 중립성 보호 청원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망 중립성 보호 청원은 시민운동단체 ‘오픈넷’의 주도로 진행 중이다. 현재 약 26만명이 망 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오픈넷은 “전 세계에 수십만 개의 망이 있지만 한국의 통신사들을 제외한 전 세계의 망사업자들은 데이터가 자신의 망에 들어오는 대가, 즉 망 이용료를 별도로 받지 않는다”며 “한국의 통신사들만이 자신의 고객이 자신의 망을 통해 인터넷상의 정보를 전달받는 것에 대한 대가인 ‘통행세’를 받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다수는 개인 크리에이터와 중소 콘텐츠 제공자들이기 때문에 결국 모두가 망 이용료 법의 테두리에 갇히게 된다”며 “기존의 유료 플랫폼들도 우리나라 국민에게만 이용료를 더 받을 수밖에 없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는 더 적게 게시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처음엔 눈치 봤지만…결국 “이용자가 최우선”
조용히 눈치를 보던 게임사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게임산업협회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게임업계는 망 사용료 납부를 강제하는 망 사용료 법안 통과에 사실상 반대를 표명했다.
게임산업협회는 답변서에서 “망 사용료 법이 시행될 경우 통신망 비용 인상으로 소비자 이익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글로벌 CP에 대한 대응 취지가 자칫 국내 CP와 중소 CP에 대한 역차별과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간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컴투스그룹,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게임사는 망 사용료 의무 납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적어 입장 발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트래픽 발생이 커질 다양한 요소 등을 고려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트래픽 증가 요인으로는 ▲대용량 게임 설치 ▲클라우드 게임 ▲메타버스 게임 ▲게임 스트리밍 등이 꼽힌다.
글로벌 IT 기업에 비해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어서 망 사용료를 납부할 가능성은 적겠지만, 콘텐츠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게임 이용자들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대용량 인기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독자적인 유통망을 지닌 게임사라면 충분히 영향권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에픽게임즈가 ‘GTA5’를 무료 배포하자 국내 통신사들은 망 부담 과부하에 대해 비용 분담을 주장한 사례가 있다. 국내 게임사도 해외 진출시 보복성으로 동일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게임과 메타버스 게임 등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달갑지 않다. 메타버스와 클라우드 게임의 경우 데이터 소비가 많기 때문에 망 사용료 납부 법안이 통과되면 신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과 협업 중이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 삼지 않을 수 있지만, 망 과부하가 일어날 경우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충분하다.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 바뀐 분위기도 한몫한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유튜브, 트위치)이 활성화된 현재 게임사들의 스트리머를 통한 게임 홍보는 필수가 됐다. 사실상 동업자인 스트리머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제도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게임을 즐기는 형태가 확장되면서 클라우드, 메타버스, 스트리밍 영역이 성장했다”며 “모두 데이터를 많이 쓰는 분야이기 때문에 망 사용료 문제가 확대되면 게임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신 3사와 글로벌 CP의 다툼으로 게임 이용자와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이 피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콘텐츠를 즐길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CNB뉴스=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