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승용차 등록 10위 내 경차 3대
레이·모닝·캐스퍼, 6·7·10위에 올라
불황 영향도 있지만…실용이 ‘매력’
박용만 회장·슈주 은혁이, 예찬론자
실용에 실용 더한 ‘경차 전기차’까지
새로운 차가 또 나왔습니다.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와 풀체인지(세대 변경) 모델의 출시 주기가 빨라졌습니다. 요즘은 단종된 차량을 재조명하는 헤리티지 프로젝트가 활발해 역사 속 차량도 곧잘 소환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오는 연식 변경 모델은 지금도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이렇듯 여차저차해서 새로운 차는 또 나옵니다. 이번엔 얼마나 새로워졌고 무엇이 특별나졌는지 알짬만을 골라 정리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차차 알아가 보면 어떨까요? <편집자주>
경차의 대약진에 차량 판매 순위가 요동쳤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지난 8월 국산 승용차 등록 ‘톱10’을 보면 기아 레이(6위), 현대차 캐스퍼(7위), 기아 모닝(10위)이 한자리씩 차지했다. 레이 3797대, 캐스퍼 3692대, 모닝이 2762대 판매된 결과다. 전달과 비교하면 모든 차급 중 경차만 등록 대수가 증가했다.
국산 경차가 모두 열손가락 안에 든 것은 이례적이다.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 6221대로 최다를 기록한 이후 내리 감소세를 보이며 2021년에는 9만 8781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3만 4294대를 기록하며 반등 조짐을 보이더니 마침내 나란히 ‘10’의 장벽을 허문 것이다.
“탈 때마다 감탄”
경차의 인기로 먼저 꼽히는 이유는 높은 경제성이다.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 여파가 경차의 인기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차량 가격도, 유가도 오른 데다 금리까지 인상됐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경차를 선택하며 이 차급의 본질적 매력인 ‘실용성’을 예찬하는 이들도 적잖다.
대표 주자는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다. 박 전 회장은 지난달 SNS에 레이 앞에서 손을 활짝 편 채 웃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긴 글을 달았다. 전부 레이를 추어올리는 내용이다.
그는 “레이를 세 대째 사서 운행 중인데 대한민국에서 만든 자동차 중 정말 칭찬받고 상 받아야 하는 차”라며 “우리나라 환경에 가장 필요한 차를 안성맞춤으로 잘 만들었다”고 격찬했다.
박 전 회장이 경탄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주로 달동네에 반찬을 배달하는 일이다.
그러니 경험 없이는 못할 예찬을 늘어놨다. “실내가 워낙 넓고 천정이 높아 아주 쾌적하고 짐이 한없이 들어간다”거나 “주방서 만든 반찬을 배달하느라 레이를 탈 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한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골목길이 비좁고 주차도 어려운 동네를 다녀도 걱정이 없다”고도 썼다. 이 역시 한국의 도로 사정을 몸으로 겪지 않고선 할 수 없는 말이다.
‘경차앓이’를 고백한 또 다른 이는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은혁이다. 그는 “2013년부터 타고 있는 모닝이 포르쉐보다 잘 나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굿모닝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 방송에서 밝힌 적 있다. 도로에서 쉽게 보이는 ‘굿’모닝을 비롯해 ‘요를’레이는 해당 차주들이 애마에 애정을 담아 흔히 붙이는 스티커다.
레이 EV·캐스퍼 전기차, 실용성 두 배로
경차의 약진은 ‘일렉트릭쇼크’를 맞고 추진력을 얻을 전망이다. 실용성에 실용성을 더한 전기차 모델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타트는 지난 21일 출시된 ‘더 뉴 기아 레이(이하 레이)’의 전기차 모델 ‘더 기아 레이 EV(이하 레이 EV)’가 끊었다.
제원이 공개되며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얼마나 오래 갈까?’ 레이 EV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205km, 도심 233km이다. 35.2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배터리 전방 언더커버를 적용해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한 덕분에 이 같은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150kW급 급속 충전기로 40분이면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도달한다. 7kW급 완속 충전기를 쓰면 6시간 만에 배터리 용량이 10%에서 100%까지 찬다.
편의성 확보에도 공들였다. 기아는 레이 EV에 모든 좌석을 접는 ‘풀 플랫’ 기능을 넣었다. 주행 하지 않을 때 공조, 오디오 등 전기장치를 장기간 쓸 수 있는 전기차 전용 ‘유틸리티 모드’도 적용했다. 차로 유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까지 탑재해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현대차의 ‘꼬마유령’ 경형 SUV 캐스퍼도 전기 경차 시장에 가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캐스퍼는 지난해 4만 4000대 이상 팔리며 연간 경차 판매 1위를 기록한 인기 모델.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이 내년 7월이면 출시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뉴스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기도 했지만 실용성에 무게를 둔 가치소비 행태가 부상한 것도 경차 인기에 영향을 끼쳤다”며 “앞으로 전기차 모델까지 가세하면 실용적인 매력이 배가 되기 때문에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