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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구온난화와 북극항로, 그리고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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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3.10.16 09:51:57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위로 커다란 유엔 로고가 보인다. 유엔 로고 속 지구는 북극 위에서 밑에 쪽을 바라본 모습. (사진=연합뉴스)

해마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매년 줄어들고, 펭귄과 바다사자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태평양 섬나라인 투발루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북극항로에 대입해서 바라보면 약간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최근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tvN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알쓸별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에서 북극항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 교수는 대한민국 인천시에 있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동상 밑에 있는 유엔(UN) 로고 속의 지구 지도를 바라봤다.

유엔의 로고 속 지구의 모습은 북극의 위에서 지구를 밑으로 내려다본 모습이었다. 그러면 북극을 중심으로 위치되어 있는 러시아, 미국(알래스카), 캐나다, 덴마크(그린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이 보인다. 물론 이런 로고의 형상은 특정 대륙만 보이는 차별을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약간 다른 상상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기회도 생기고 있다. 그것은 북극항로인데, 바다가 얼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쇄빙선을 이용해 얼음을 녹이면서 앞으로 항해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비용이 저렴해지고 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에 의하면 북극항로 물동량은 2014년 398만톤에서 지난해 3400만톤으로 증가했다.

 

tvN 프로그램 ‘알쓸별잡’ 중에 등장한 정면에서 바라본 지구와 북극 위에서 밑으로 바라본 지구의 모습(왼쪽), 북극 주변 국가들의 모습.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남한과 북한의 정치적 대립이 지속되면서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국내 선사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북극운송회랑 프로젝트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우리나라도 해수부에서 북극항로 진출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력 발전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메탄을 많이 내뿜는 소 등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장기적으로 위협이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해수면이 상승해 바닷가와 가까운 지역의 도시들이 물에 잠길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되어 바닷물 온도가 더 상승하면 해수가 순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시기에는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영토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 북극 지역을 중심으로 존재하는 국가와 도시로 인류 문명의 중심축이 이동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구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행성으로 전반적인 황폐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덴마크의 설치미술가인 올라퍼 앨리아슨은 북극의 빙하 조각을 영국과 프랑스 광장에 갖다 놓고, 서서히 녹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이 설치 작품은 ‘아이스 워치(Ice Watch)’라고 불린다.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지구온난화도 두 얼굴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러시아와 그린란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지구온난화가 단기적으로 반가울 수도 있겠다는 유추도 가능해 보였다. 추운 지역이기 때문에 기후가 따뜻해지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에 적도 지역에 있는 국가는 기온이 더 올라가고 가뭄이 심해지며 식수를 얻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는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북극의 얼음을 프랑스 파리 광장에 갖다 놓은 올라퍼 엘리아슨의 설치미술 작품 '아이스 워치', 유엔 클라이메이트 체인지 유튜브 계정에도 소개되고 있다. (사진=유엔 클라이메이트 체인지 유튜브 영상 캡처)

어쩌면 유엔의 로고 속 지도가 북극에서 지구를 밑으로 내려다본 모습인 것은 이런 미래를 예견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소비 자본주의와 산업화로 인해 거스를 수 없는 물결처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별 국가들이 분쟁이나 전쟁, 갈등 없이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대화와 타협, 국경선을 초월한 경제와 정치 협력 등이 위도와 경도, 기후, 종교의 차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런 논의에서 러시아와 그린란드 등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도 함께 다뤄야 공평하지 않을까. 지구온난화를 비판할 때 지나치게 중위도 주요 국가들의 시선에서만 바라본 것은 아닐까.

어쨌든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해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HMM(옛 현대상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선사인 HJ중공업,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순은 정치적 차이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북극항로 개발에 나선다고 할 때,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한과의 갈등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북한은 최근 군함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나라 조선사에 대한 해킹을 감행했다고 한다. 이런 형태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남한과 북한, 극지방과 적도지방의 공생을 이야기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유엔 로고 속 지구의 모습이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우리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우리를 죽이는 다양한 모순들, 정치나 종교, 사회체제 또는 위도와 경도, 기온의 차이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을까.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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