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잇(IT)야기] 폴더블폰·노트북은 몇 번이나 접힐까?

  •  

cnbnews 선명규기자 |  2023.10.19 09:45:17

삼성 스마트폰 이어 LG 노트북도 반으로
“얼마나 버틸까?”…관심은 내구성에 집중
접었다폈다 수십만번…실험자가 백기 들어

 

LG전자가 한국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폴더블 노트북 ‘LG 그램 폴드(Fold)’. 이 제품은 접으면 12형 노트북, 펼치면 17형 태블릿이 된다. (사진=LG전자)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접다’는 말은 흔히 ‘마무리’와 이음동의어로 쓰입니다. 이런 예문이 적절하겠네요. 어느 회사가 특정 사업을 접다, 어떤 사람이 도시 생활을 접다. 끝낸다는 의미가 강한 이 단어가 반대로 적용되는 산업이 있습니다. 전자업계에서 ‘접다’는 곧 ‘혁신’을 이뤘다는 뜻입니다. 끝이 아닌 시작이며, 오히려 한 단계 올라섰다는 얘기죠.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지난 2019년 이 회사가 처음으로 일자형 스마트폰을 접어서 선보였을 때 가장 많이 나온 평가가 “혁신적”이었습니다. 그때를 출발점으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어느덧 5세대까지 나오게 되었고,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 시장 점유율 82%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과감하게 접어서 달성한 압도적 1등이죠.

 

LG 그램 폴드를 펼쳐서 사용하는 모습 (사진=LG전자)

 


10년 혁신 담다



전자업계에서 또 다른 혁신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번엔 스마트폰보다 더 큰 대상이 접혔습니다. 바로 노트북인데요. LG전자는 지난달 국내 최초 폴더블 노트북 ‘LG 그램 폴드’를 공개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LG 그램(gram)’의 기술과 디자인 혁신을 고스란히 담았다.”

자신감의 근거는 응당 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화면을 펼치면 17형(대각선 길이 약 43cm)입니다. 웬만한 모니터만하죠. 이럴 경우 영상을 시청하기에 적합합니다. 화면을 터치해 조작할 수도 있어서 태블릿처럼 써도 됩니다.

반만 접어 직각으로 세우면 본연의 용도인 노트북이 됩니다. 이때는 아래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활성화해서 쓰면 되고요. 크기도 12형(대각선 길이 약 31cm)이라 작지 않습니다.

‘LG 그램’의 상징인 ‘경량성’도 이어받았습니다. 이 제품은 72와트시(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는데도 약 1250그램으로 가볍습니다. 펼쳤을 때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두께는 9.4mm에 불과하고요. 노트북의 필수가치인 휴대성도 탑재한 셈입니다.

 

구독자 약 13만 명을 보유한 폴란드 유튜브 채널 'Mrkeybrd'가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5를 여닫는 모습. 일주일 간 진행된 실험에도 해당 기기는 큰 고장을 일으키지 않았다. (Mrkeybrd 채널 캡처)

 


진짜 튼튼해? 자발적, 타의적으로 증명



그런데 궁금합니다. 혁신적인 건 화면을 꺾었다는 사실만으로 설명되는데 얼마나 튼튼할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특히 접히는 부분이요. 왜, 문도 그렇잖아요? 오래 여닫으면 삐걱 소리가 나고 결국 헐거워지기 마련이죠. 그러니 비슷한 구조인 폴더블 기기에서 아무래도 눈이 가장 가는 곳은 ‘경첩’일 수밖에 없습니다.

LG전자는 이러한 의분부호를 지우기 위해 끈질긴 실험을 했습니다. 단순동작을 반복한 건데요.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LG전자 측은 “화면이 접히는 힌지(Hinge, 경첩) 부위는 내구성 검증을 위해 3만 번에 이르는 접힘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들의 걱정을 해소하고자 미리 ‘자학’에 가까운 증명 절차를 밟은 겁니다.

외부 실험은 더욱 가혹했습니다. 대상은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었는데요. 지난 7월 이 회사가 신작 갤럭시 Z플립5를 선보이자 폴란드 IT전문 유튜브 채널 ‘Mrkeybrd’가 즉시 내구성 검증에 나선 겁니다.

참으로 집요했습니다. 실험자들은 선수 교체를 해가며 164시간 34분 동안 갤럭시 Z플립5를 접었다 폈습니다. 무한 반복이었죠. 긴 시간, 그들의 표정은 변해갔습니다. 처음엔 호기로웠습니다. 상대가 KO 당할 때까지 괴롭힐 작정이었는데 점차 피로에 잠식되어 눈이 퀭해졌습니다.

캐스터네츠 연주자처럼 똑딱거리기를 40만 번 넘게 했을 때 그들은 포기합니다. 멈춘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끝내고 싶어했죠. 요리사라도 된 듯이 기기에 밀가루, 계란을 버무렸습니다. 그래도 큰 변화는 없었죠. 나중에 물로 헹구고 나서야 화면에 줄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망가트린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해당 유튜버는 단단히 각오했습니다. “기계가 스마트폰을 여닫는 실험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이 직접 여닫는 방식으로 제품이 고장 날 때까지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도전하는 의의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종국에 하얀 수건을 링에 던지며 스스로 경기 포기를 한 셈이 됐습니다.

주체가 누구든 두 회사 폴더블 기기의 내구성은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는 부족할 수도 있겠죠. 소비자의 눈높이는 저마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숱한 검증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 아닐까요? 다음에 나올 폴더블 기기는 과연 전작을 한수 접게 만들지 기대가 됩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