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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읽기] 과학혁명 눈앞인데…정부의 예산삭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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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구병두기자 |  2023.11.07 10:12:24

한국 과학자들, 인류 난제 풀 열쇠 제공
상온 초전도체 개발 나설 최상의 타이밍
자기부상열차 등 인류 삶 바꿀 기회인데
정부는 한치 앞도 못보고 R&D 예산삭감

 

 

올해 여름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후덥지근한 날씨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서민들에게는 여느 해와는 달리 잔인한 시간이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청량제 같은 빅뉴스 하나가 있었다. 과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상온 초전도체(superconductor)를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이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그들의 이니셜인 L과 K에, 처음 발견한 시점인 1999년의 99를 따서 ‘LK-99’라는 명칭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연구진이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물질에 대해 여러 나라의 초전도체 관련 연구소에서 검증한 결과는 엇갈렸다. 상온 초전도체일 가능성은 낮지만 특이한 반자성 신물질을 개발한 것은 맞다는 곳도 있었다. 반면 해당 물질이 금속이 아니라 전도성이 거의 없는 광물로,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한 곳도 있었지만 ‘LK-99’관련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반자성 현상을 일으키는 점은 확인했으나 전기저항이 0인지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며, 제조방법은 공개했지만 노하우가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신소재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해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콘스탄틴 세르게예비치 노보셀로프(Konstantin Sergeevich Novoselov) 교수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LK-99 개발은 기쁜 소식이지만 확인된 내용이 아직 없다. 과학의 발전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과학적 발견은 사실 어렵고 정답이 없기에 자연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면서 가설(hypothesis)을 설정하고 증명해나가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천기술개발이 그랬듯이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험한 탐구의 여정이다. 과학자들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기술을 한 단계씩 발전시켜나가면 차츰차츰 축적되어 언젠가는 그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꿈의 물질’, ‘물리학의 성배’라고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발명)을 두고 과학자들은 산업혁명과 반도체 발명을 합친 것 이상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그들은 상온 전도체야말로 인류 공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혁명적인 물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전도체의 생성 배경과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가 -269°C에서 수은의 초전도 현상(Onnes effect)을 최초로 발견한 공로로 191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물리학자 존 바딘(John Bardeen), 레온 쿠퍼(Leon Cooper), 존 쉐리퍼(John Schrieffer)는 초전도 현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하여, 이른바 그들의 세컨드네임 첫머리를 딴 BCS이론으로 197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또한 독일의 과학자 요하네스 게오르크 베드노르초(Johannes Georg Bednorz)와 스위스의 과학자 칼 알렉산드 뮐러(Karl Alexander Muler)는 -238°C의 임계온도(臨界溫度)를 갖는 세라믹 계열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해 1987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초전도체 실험 장면.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없이 전류를 무제한으로 흘려보낼 수 있고,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이른바 마이스너 효과로 불리는 자석에 반발하는 반자성 특성이 있어 자기부상 열차 상용화가 가능하며, 저항이 0에 가깝기에 장거리 무손실 송전도 가능하다.

더욱이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초전도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저비용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양자컴퓨터 등 초고속 컴퓨터 및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미래를 향한 기초 원천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에 정부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다는 정부 방침은 교육계·과학계에 소속된 구성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다수의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번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행사에 참석한 노벨상 수상자들과 해외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도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편성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GDP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했기에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신물질((unknown materials)을 개발하기 위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혼신(渾身)을 다해 탐구의 불꽃을 지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인류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설 수 있게 된 것은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과 함께 과학자들의 끈질긴 탐구 근성과 뼈를 깎는 노력이 일궈낸 성과가 아니겠는가.

세상에 투자 없는 성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당국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당연한 말을 새겨들었으면 한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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