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이어 속도 내던 고법, 李 재판 연기 신청 40분 만에 받아들여
李 ‘사법 리스크’ 벗어나 본선가도 탄력…법원 일각 “여론 압박 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오는 15일 열겠다고 공지하는 등 대법원에 이어 속도를 내던 서울고등법원이 돌연 이 후보 1차 공판을 6·3 대선 후인 오는 6월 18일 오전 10시로 연기한다고 밝혀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이 후보 사건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 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7일 낮 12시경에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선 후로 변경한다”면서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공지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전격적인 기일 변경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앞서 재판부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일 ▶재판부 지정 ▶첫 기일 지정 ▶피고인 소환장 발송 등 속도를 낸 바 있다. 당시 “대선 전 선고 가능성”까지 거론됐으나 이날 이재명 후보 측이 공판기일변경 신청서를 낸 지 불과 1시간 만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만약 파기환송심에서 유죄판결이 난 뒤, 대법원이 신속히 이를 받아들여 대선 전에 최종 유죄판결을 확정하게 되면 이재명 후보의 후보 자격(피선거권)은 박탈된다. 현행법상 재상고는 선고 후 7일 내, 재상고 이유서는 소송 기록 접수 후 20일 이내에 하게 돼 있으나 그 전에 대법원이 판결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이 후보가 15일 출석하지 않을 경우, 16일이나 그 다음 주 월요일인 19일을 2차 기일로 잡아서 궐석재판으로 선고하는 상황이 오면 큰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하자마자 “사법 쿠데타” “조희대 대법원장의 3차 내란” 같은 거친 언사와 함께 탄핵·청문회·입법 등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으며, 특히 고법이 연기를 결정한 이날도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9인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따라서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이 후보 측이 주장해온 ‘후보자의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헌법 제116조) 등의 주장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법 논리도 법 논리지만, ‘사법부 탄핵’에 당력을 쏟는 민주당의 압력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서울고법 판단에 따라 이 후보가 재판받는 다른 4개 사건 향배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등 의혹 사건 1심 재판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24일로 연기되는 등 대선 기간 실시될 재판 일정이 줄줄이 사라졌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서는 “애초에 법원이 선거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기일을 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자 갑자기 거둬들인 외관이 됐다”며 “더구나 한쪽에서 반발한다고 기일을 바꾸는 것 자체가 법원이 정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법관의 독립 측면에서 안 좋은 사례인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가 본격적인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옥죄던 ‘사법 리스크’가 대선 기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짐에 따라 중도층 공략에도 자연스레 속도가 붙는 등 대권 가도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 초청 간담회를 갖는 등 중도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