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하반기 안보 분야와 관련한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부터 2박 4일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난 뒤 9일 오후 귀국했다.
위 실장은 귀국 후 용산 대통령실 기자단 브리핑에서 “미국 측에 통상, 투자, 구매, 안보 등 전반에 걸쳐 패키지로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제안했고, 이에 루비오 장관도 공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의 발언은 미국 측이 상호관세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돈’ 문제에 주로 집중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 미국 상품에 대한 구매 실적, 안보적 가치 등을 크게 보고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대한 협상이 분야별로 진행 중인 것으로 읽힌다.
위 실장은 “동맹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 최종 상태)까지 시야에 넣고 협상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 그걸 위해서는 빨리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전체 과정을 촉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두 사항을 미국 측에 제기했다”면서 “그것이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 어디까지 반영될지는 지금부터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미 동맹에 틈을 내기 위해 최근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접촉면을 늘리고 있고, 미국 역시 중국을 더욱 포위한다는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의 ‘엔드 스테이트’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돈 더 많이’ 요구에 대해 한국 측이 ‘통큰 지정학적 고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위 실장과는 별도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5~9일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여 통상본부장은 미국의 25% 상호관세의 유예 연장과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 인하를 협상하러 방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9일 백악관 내각 회의에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9배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통상을 총괄하는 여 본부장이 미국에 남아 협상을 더 진전시킬 여지가 줄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여 본부장과 위 실장의 방미 협의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입장을 분석한 뒤 통상과 안보 현안을 연계한 협상 패키지와 전략을 준비해 미국과 다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