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 vs ‘반탄’, ‘친길’ vs ‘반길’ 늪에 빠져 ‘허우적’
혁신안, 계엄 사죄 두고 내홍… ‘탄핵 찬반’ 갈라져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6‧3 조기 대선 패배 두 달이 다 돼 가는 것은 물론,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역대 지지율 최저치인 10%대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백가쟁명식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찬탄’ ‘반탄’을 비롯해 ‘친길’ ‘반길’이라는 ‘탄핵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과거에 매몰된 당내 계파 갈등으로 당장 당 비상대책위가 구성한 윤희숙 혁신위의 1호 혁신 요구인 ‘계엄 사죄’ ‘구주류 징계’ 문제 자체부터 진전이 없는 상태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내란 정당’이라는 비판과 조롱을 듣는 상황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윤 혁신위원장이 의원총회에 직접 참석해 자신이 내세운 1호 혁신안 통과를 압박·호소했으나 원내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은 물론, 당 지도부 역시 ‘내부 숙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위원장이 개인 의견으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1차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혁신위와 지도부·구주류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지난 25일 당무감사위가 이른바 대선 후보 교체를 시도한 구주류인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대한 징계(당원권 정지 3년)를 요구하면서 인적 청산을 둘러싼 내홍이 심화할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징계 대상자로 지목된 권영세·이양수 의원의 반발에 더해 권 의원과 함께 이른바 ‘쌍권’ 중 한명으로 지목받고 있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도 자신도 징계하라며 비판에 가세하고 있으나 친한계(친한동훈)는 당무감사위의 징계 청구를 계기로 본격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계파 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다.
그런데다 오는 8월22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반탄(탄핵반대) vs 찬탄(탄핵찬성)’으로 형성된 당권 대결 구도 역시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승리와 향후 대선에서의 집권 비전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여전히 탄핵을 놓고 찬반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아 국민의힘의 쇄신 논의를 어둡게 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당장 올 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에서 기각을 강하게 촉구했던 장동혁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서며 “‘탄핵의 바다를 건너자’는 말은 민주당이 만든 보수 궤멸의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역시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히며 강성 지지층의 지지로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당권 도전에 나선 상태다.
이에 맞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1기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됐으나 불과 1주일 만에 사퇴한 안철수 의원 등은 쇄신을 기치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전대에서의 극명한 대치를 예고했으나 한동훈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동력이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여기에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 비서실 출신인 주진우 의원도 “당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젊고 강한 보수로 탈바꿈시키겠다”며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했으며, 그리고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양향자 전 의원까지 합세하면 최소 7명 이상의 다자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이중 ‘찬탄파’ 주자들은 ‘반탄파’의 극우화를 비판하며 쇄신과 혁신을 앞세우고 있는 과정에서 찬탄파 간 인적 청산을 포함한 당 쇄신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는 만큼 단일화를 통해 세 결집을 시도할 수 있는 등 찬탄파 후보 간 반윤(반윤석열) 연대를 위한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조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을 전면 수용할 수 있는 후보를 ‘혁신파’”라고 규정하면서 “대혁신 원탁회의를 통해 혁신 후보 간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안 의원은 최근 한 전 대표와 만나 쇄신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24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오찬 회동을 하는 등 당내 개혁 성향 인사들을 잇달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의 상징인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의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도 ‘찬탄파’ 주자들은 전씨를 “극우 인사”로 규정하고 그의 입당으로 당이 극우화될 우려가 있다며 출당 등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반탄파’ 주자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입당을 받아들여야 한다”(김 전 장관), “탄핵에 함께 싸운 분”(장 의원)이라며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주자들 간 ‘친길’(친 전한길) ‘반길’(반 전한길)파로 나눠 입장차가 뚜렷하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중도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28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과 마찬가지로 탄핵 찬반 주자 간 대립 구도로 치러지는 전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물론 대선에서 패배했으니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내부 갈등을 조속히 정리하고 혁신 전대가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의원은 “그런데도 아직도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현실이 당권 경쟁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며 “어떻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지를 두고 경쟁해야 할 전당대회가 탄핵 찬반 주자 간 대결로 가는 것이 아쉽다”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