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부러워 할 정도로 우수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때 검사료 및 치료,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료대란에 건강보험 재정투입, 의료수가 상승 등 여러 환경요인으로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올해 이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사무장병원,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의료기관으로 인한 재정지출 등의 문제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도 위협을 받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불법개설요양기관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심각한 누수를 초래하고 있다. 불법개설요양기관은 비의료인(비약사)이 의사(약사)면허 또는 법인 명의를 대여해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말한다. 이러한 불법개설요양기관은 영리추구에만 몰두하며 환자의 안전을 등한시 한 채 과잉진료, 부당청구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르면서 질 낮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각종 위법 행위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불법의료기관은 우리 생활주변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부산서구 관내에서도 `23년 불법개설의료기관이 있어 검찰과 공단 등에서 조사를 했고 부당하게 지출된 급여비를 환수하고 있지만 실적이 저조한 실정이다.
불법개설요양기관의 적발 규모는 해마다 증가해 작년 10월 부당청구 금액이 약 3조 4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징수율은 7.93%에 불과하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건보공단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의료기관의 부당 청구를 찾아내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계좌 추적 및 압수수색 등을 현행 제도상으로는 직접 수사할 수 없어 경찰에 의뢰를 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 강도, 마약 등 다양한 형사사건에 치중하다보니 우선순위에 밀려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로 장기간 소요돼 수사도중 재산은닉, 사실관계 조작 등 불법으로 인한 건보재정 환수에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전국적 조직망과 전문 조사인력(행정조사 경험자, 전직 수사관, 변호사 등)이 있고, 빅데이터에 의한 의심기관 감지시스템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 불법의료기관을 퇴출시켜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건보재정의 건전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건보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갖는 것은 권한의 확대가 아니라 국민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 중인 '건보공단 특사경권한 부여 법안' 처리가 더 이상 미루어지면 안 된다. 전문성을 갖춘 역량 있는 기관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의 혈세를 지키고 건강보험제도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건보공단 부산서부지사 이미선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