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5.10.22 16:14:32
국립창원대학교 박물관은 국립목포대학교 박물관, (재)해동문화유산연구원과 공동으로 2025년 남도학술교류 특별기획전 ‘영호남 청자 一品展(일품전) : 땅에서 나온 고려의 걸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22일 개막한 이번 특별전은 내년 1월 30일까지 국립창원대 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열린다.
27년간 이어온 국립창원대와 국립목포대의 남도학술교류사업의 결실인 이번 전시는, 해동문화유산연구원이 2023년 발굴조사한 뒤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 특별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청자구룡형 연적(靑磁龜龍形硯滴)’이 마침내 고향인 창원에서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두 고려청자의 만남이다. 창원 반림동 유적에서 출토된 ‘청자 구룡형 연적’은 12~13세기 최상급 청자로, 신령스러운 거북과 존엄한 용을 결합한 ‘구룡(龜龍)’의 형상은 고려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 조형미를 보여준다. 등껍질의 정교한 육각문 속에 새겨진 ‘왕(王)’자 명문은 이 유물이 왕실 혹은 최고위 지배층을 위해 제작됐음을 명확히 증명한다.
이에 호남을 대표해 나란히 전시되는 유물은 삼별초의 수도였던 진도 용장성에서 출토된 ‘청자 철채 귀문 향로(靑磁鐵彩鬼文香爐)’이다. 짙은 흑갈색 철채(鐵彩) 유약과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귀면(鬼面) 장식이 특징으로, 화려함 대신 어둡고 힘 있는 아름다움을 택함으로써 국난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던 ‘또 하나의 수도’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화려했던 고려의 문화적 정수와 외세에 굴하지 않았던 강인한 시대정신을 동시에 조명하며, 고려시대의 다채로운 면모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유물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잊혀 가는 유적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공감과 고민의 자리를 마련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주용 국립창원대 박물관 실장은 “왕과 관련된 귀중한 유물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발굴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창원의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유적이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그 중요성이 시민들께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점이 늘 아쉬웠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사실을 알리고, 우리 모두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자는 뜻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전시 개막 다음 날인 23일 오후 1시 40분에는 국립창원대 BAC 4층 욱재홀에서 ‘창원의 고려문화’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출토 유물의 역사적 가치를 심도 있게 조명하고, 반림동 유적의 성격 규명과 보존 방안을 공론화한다.
김광철 동아대학교 명예교수의 ‘고려시대 창원’ 기조 발표를 시작으로, ‘고려 중·후기 창원지역의 역사’(국립창원대 신은제), ‘구룡형 연적 출토 창원 반림동 유적의 성격’(해동문화유산연구원 천신우), ‘발굴조사로 본 창원지역 고려시대 사찰’(경남연구원 김미영), ‘‘구룡형 연적’으로 본 상형청자의 성격’(국가유산청 김윤희)의 발표가 이어진다. 종합토론에서는 국립창원대 구산우 교수를 좌장으로 고려시대 창원의 역사적 위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은 “2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양 대학의 굳건한 신뢰 위에서 호남의 정신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을 창원 시민들께 선보일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번 전시가 영호남이 문화를 통해 하나 되고 상생하는 교류의 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헌종 국립목포대 박물관장은 “영호남의 오랜 문화 교류를 기념하고,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세 기관이 뜻을 모았다”며 “고향으로 돌아온 고려의 걸작들이 전하는 깊은 울림과 문화적 가치를 많은 분들이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신우 해동문화유산연구원장은 “발굴된 유물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다시 생명력을 얻어 대중과 소통할 때 완성된다. 우리의 손으로 찾아낸 ‘청자 구룡형 연적’이 이번 전시와 학술대회의 주인공으로 역사적 의미를 온전히 꽃피우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