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유정수 교수가 미국 반 안델 연구소(Van Andel Institute)의 피터 존스(Peter A. Jones) 교수 연구팀과 함께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부위인 CpG 섬(CpG islands)의 형성 과정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트랜스포존(Transposable Elements, TE)과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의 진화적 상호작용이 CpG 섬의 기원을 설명한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되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선정하는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등재됐다.
연구팀은 CpG 섬이 본래부터 존재한 구조물이 아니라 트랜스포존의 침입과 그로 인한 DNA 메틸화 축적, CpG 소실 과정이 반복되는 진화적 압력 속에서 형성된 결과물임을 밝혀냈다. 한때 정크 DNA로 불리던 트랜스포존이 게놈에 삽입되면서 주변 영역의 메틸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CpG가 소실되며 정교한 조절 체계(de novo promoter나 enhancer)로 재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침입이 적었던 CpG 풍부 지역만이 오랜 세월 보존되어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CpG 섬으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유정수 교수는 “CpG 섬은 섬(island)이라기보다 오랜 침식 과정을 견디고 남은 고원(mesa) 또는 잔구(butte)에 가깝다”며 “이미 알려진 현상이라 여겨졌던 주제라도 다시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