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Sites of the Wartime Capital)'이 국가유산청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최종 선정됐다. 부산시는 지난 13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피란유산’은 2023년 5월 국내 최초로 근대유산 분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주목을 받았으나, 지난해 우선등재목록 심사에서는 구체성 부족 등을 이유로 보류된 바 있다. 부산시는 지난 1년간 심사 지적사항을 전면 보완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구성유산 간 연계성 보완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정립 ▲보호관리계획 보강 등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을 충실히 개선했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심사에서는 구성유산 추가 검토, 연계성 미흡, 보호관리계획 보완 등이 주요 지적사항이었다.
이번 신청에서는 기존보다 2곳이 추가된 총 11개 피란유산을 중심으로, 부산연구원과 국가유산청의 연구지원사업 등을 통해 심화 연구가 이뤄졌다. 부산시는 피란수도라는 독특한 도시 서사를 기반으로 유산 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각 유산별 보호관리 방안을 구체화해 등재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특히 부산시는 한국전쟁기 국가 기능을 지켜낸 ‘임시 수도’ 역할뿐 아니라, 전쟁기 인류가 공유한 평화의 가치와 국제 연대의 정신을 오늘까지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네스코의 중점 가치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부합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 결과, 문화유산위원회는 이번 유산을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국제·전시 환경 속에서 국가 기능과 사회 체계를 유지한 사례를 증명하는 동시에, 인류평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유산”으로 평가하며 우선등재목록 선정에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는 이번 선정으로 유네스코 예비평가(Preliminary Assessment) 등 후속 절차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신청서 완성도를 높이고 세계유산 등재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아 최종 등재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잠정목록 14건 중 우선등재목록에 오른 유산은 ‘양주 회암사지유적’과 이번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두 건뿐이다.
부산시는 “보류를 딛고 다시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된 만큼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부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국제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