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콜 잡고 도보로 배달
건강도 챙기는 쏠쏠한 부업
배송원 따라 함께 걸어보니
추운 날씨에도 금세 땀 맺혀
성장 제일주의 시대에 유통업계에서 상생의 가치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와 가까이서 호흡하는 유통 기업들은 저마다 ‘함께’의 의미를 들여다보며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와 더불어 나아가는 사례를 차례로 살핀다. <편집자주>
“걸으면서 운동도 하고, 돈도 버는 거죠.”
지난 10일 오후 2시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에서 ‘어르신 도보 배송원(이하 ‘배송원’)’으로 활동 중인 박 씨를 만났다.
어르신은 1963년생이며, 취미이자 부업으로 배송원을 하고 있다. 이 일을 마친 후 저녁부턴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그는 “수입만이 목적이라면 아쉽지만, 노는 시간에 밖에서 활동하며 용돈 벌 정도로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동네 딜리버리’ 앱 알람 소리가 울리자 어르신은 ‘배달 수락’ 버튼을 눌렀다.
‘우리동네 딜리버리’는 GS리테일이 선보인 배달 서비스 중개 플랫폼이다. 앱을 통해 우친(일반인 배달원)이 배달 주문 콜을 잡아 도보로 이동해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한다.
그렇게 콜을 잡은 어르신은 역에서 850m, 약 13분을 걸어서 매장에 도착했다. 물건을 픽업하고 또다시 670m 떨어진 최종 배달지로 향했다. 10분 정도 소요됐다.
어르신을 따라 1.4km, 30분가량을 잰걸음으로 걸으니 10도의 쌀쌀한 날씨임에도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어르신은 “빨리 걸어야 뱃살이 빠진다”고 답했다.
지난 1일부터 10일째 배송원을 하고 있는 어르신은 평일 5시간 동안은 5~8건, 주말 8시간 동안은 15~20건 정도의 배달을 처리한다.
어르신이 활동하는 노량진역 근처는 동작 경찰서·컵밥 거리 부근에 있어 주문량이 많다. 시간 별로는 주로 오전 11시~오후 2시, 오후 5~9시 등 점심·저녁 식사 시간에 주문이 몰린다.
배달 요금은 거리 베이스로 책정되며, 단가는 업종·회사마다 다르다. 이날 어르신은 오전 11시부터 일을 시작해 총 3건의 배달을 완료했다. 그중 GS25의 배달 단가는 3000원 대로, 배달 거리가 약 500m로 비슷한 다른 매장보다 약 1000원가량 높았다.
GS리테일의 비교적 높은 수수료의 비결은 주문 노출 후 즉시 배달료 정산이라는 단순 구조에 있다. 배송원 수수료 지급 구조가 여러 단계를 거치는 피라미드가 아니기에, 중간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가속화에 ‘시니어 우친’ 확대 운영
지난 14일 GS리테일은 동작구청과 ‘도보 배송원 어르신 일자리 동행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번 사업을 진행 중이다. GS리테일은 배송원 수수료·인텐시브 지급을, 동작구는 배송원 모집·교육·관리를 담당한다.
동작구 외에도 GS리테일은 서울 타 지역과 부산, 천안 등에서 이 사업을 운영 중이다. 서울과 동작구, 천안은 65세 이상, 부산은 55세 이상 고령층이 모집 대상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CNB뉴스에 “이 사업을 시범 운영한 결과, 타 연령 대비 시니어 연령대의 활동률이 높고, 가입 후 이탈률이 낮아서 확대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회사 측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의 인당 배달 수행 건수는 △70대 104건 △60대 86.9건으로, △20대 6.6건을 훨씬 웃돈다. 또한 가입자 중 60·70세대 활동율이 20·30세대 대비 1.9배 높다.
이에 따라 GS리테일은 시니어 우친(배송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은 신규 참여자들의 적응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부산은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와 협력을 강화하며, △천안은 매월 교육생을 모집해 정기 교육 및 현장 투입을 진행한다. 동작구 또한 내년에 사업을 확대 운영한다.
이날 동행한 어르신의 목소리처럼, GS리테일은 고령화 사회에서 배송원 사업이 고령층에게 용돈과 건강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일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진혁 GS리테일 O4O부문장은 “GS리테일이 진행하는 도보 배송원 어르신 일자리 사업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건강과 자립, 지역사회 기여라는 다중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델”이라며 “ESG 경영을 확대 실천하며 시니어 일자리 선도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CNB뉴스=홍지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