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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보이기 시작한 나노플라스틱"…생수 안전선은 어디까지?

검출 기술은 나노 단위로 진입…방점 찍히는 구간에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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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박상호기자 |  2026.01.20 21:34:30

생수병 내부에 크기가 다른 플라스틱 입자들이 물속에 떠 있는 모습.
플라스틱 조각이 떠 있는 생수병 내부(사진=박상호 기자)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전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기존보다 훨씬 작은 나노플라스틱까지 확인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이 잇따르면서, 생수 안전의 기준 자체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 불검출.” 그동안 생수 안전을 상징해온 이 문구는 측정 기술의 한계 위에서 성립해 왔다. 고가 장비 없이는 분석이 어려웠고,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혼란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불검출이라는 표현 역시 ‘아예 없는 것인지, 측정이 안 된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려 왔다.

 

'자가 나노렌징 효과'로 문턱 낮춘 국산 기술

 

최근 학계에서는 이 같은 한계를 허무는 연구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인하대학교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이 빛과 반응할 때 신호를 스스로 증폭하는 자가 나노렌징 효과를 규명하고, 이를 적용한 라만 분광 시스템으로 시판 생수에서 125nm(나노미터) 크기 입자까지 식별했다고 밝혔다.

 

수억 원대 장비가 필요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상대적으로 간소한 구성으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출 기술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입지전적의 결과물의 도출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국외 연구는 논쟁에 불을 붙였다.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2024년 1월 레이저 기반 현미경 기술을 활용해 시판 생수 1L에서 평균 24만 개의 나노플라스틱 입자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전 연구보다 10배에서 100배 많은 수치로, 이 가운데 90%는 1µm(마이크로미터) 미만이었다. 기술 발전이 ‘불검출’의 시대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한 셈이다.

 

이제 쟁점은 존재 여부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나노플라스틱은 크기 특성상 인체 침투성이 훨씬 높다. 소화관과 폐를 넘어 혈류로 유입되고,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를 포함한 간·신장·심장 등 전신 장기에 축적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아직은 ‘실험실 단계’…국제 안전 기준 부재의 현실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은 방사성동위원소 표지 기술을 활용해 나노플라스틱이 피부를 투과해 림프절과 폐, 간 등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동물 실험으로 확인한 바 있다. 만성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호르몬 교란 등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런 결과 상당수는 실험실이나 동물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국제 사회 역시 먹는 물 속 나노플라스틱의 공식 안전 기준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장기적 인체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검토용 문서가 쌓인 사무실 책상 위에 시판 생수 한 병이 놓여 있다.
(사진=박상호 기자)

기술의 진보는 업계 부담으로 곧장 이어질 가능성도 키운다. 현재 생수업계에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미세플라스틱 검출 기준으로 거론되는 수준은 최대 0.2µm 안팎이다. 이보다 더 미세한 영역으로 내려갈수록 분석 난이도와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져, 검사 현장에 바로 얹기에는 한계점에 봉착하게 된다. 검출 한계가 낮아질수록 관리 범위와 검사 항목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만큼 ‘제품이 그 기준을 버틸 수 있느냐’도 고민거리다.

업계 안팎에서는 0.2µm 수준까지 불검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시판 제품을 찾기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생산 설비와 공정 전반을 미세플라스틱 관점에서 점검하고, 원료·부자재까지 관리 체계를 갖춘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응 방식도 갈린다. 일부 업체는 현행 기준에 맞춘 검사 체계만 유지하는 반면, 이슈에 민감한 업체는 향후, 검출 가능성을 전제로 생산 공정과 원료, 용기 소재 관리까지 점검 범위를 넓히고 있다.

 

관련 투자를 미루는 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출 기술이 특허와 라이선스를 거쳐 상용화될 경우, 비용이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고정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비용 구조가 현실화되면 ‘관리 역량을 갖춘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의 구분이 한층 선명해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지도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충분히 안전하다는 현행 기준...기술 발전에는 이견 없나?

 

정책 대응은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2027년까지 먹는샘물 안전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20µm 이상 미세플라스틱 표준 분석 지침을 마련하는 등 관리 강화를 예고했지만, 1µm 이하 나노플라스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공백 상태다.

 

나노플라스틱 검출 기술의 진화는 논쟁을 종식시킨다기보다 “측정이 가능해진 순간, 관리하지 않는 선택은 더 이상 중립으로 보기 어렵다”는 새로운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검출 한계를 낮추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현실적인 상용화 기준과 급변하는 과학적 요구 사이의 깊은 괴리를 드러낸다.

 

이제 소비자 신뢰를 좌우하는 요소는 ‘불검출’이라는 결과 자체보다, 어떤 과학적 기준에 따라, 측정하고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생수 안전 기준과 정부의 책임은 여전히 조정 중이다.

 

한편 나노플라스틱 이슈는 사회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환경 규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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