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사부일체>를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 <마이 보스 마이 히어로>.
최근 국내 TV에서 <연애시대>·<101번째 프로포즈>·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등 일본 대중문화에 원작을 둔 작품들을 리메이크하는 것이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권과 서구에서도 중요한 문화적 콘텐츠로 소비되고 리메이크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것은 ‘문화의 쌍방향적 교류’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에서도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원작을 둔 작품들을 드라마나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것이 활발하다.
특히 7월부터 3분기에 접어든 일본의 드라마 시장에서 신작으로 첫 선을 보인 니혼TV의 <마이 보스 마이 히어로>가 그 중 한편이다.
■ 유쾌한 학원물로 돌아온 어느 야쿠자의 고교졸업 프로젝트
한창 잘나가던 일본 야쿠자의 젊은 중간 보스는 순전히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로 자신의 부친이기도 한 조직의 보스로부터 “후계자가 되기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된다. 이 난관을 극복할 방법은 오직 하나, 고등학교에 다시 입학하여 정식 과정을 마치고 졸업증명서를 따내오는 것뿐이다.
드라마의 소재만 대충 들어도 감이 올 정도로 친숙한 느낌이 드는 이 드라마의 원작은 지난 2001년 정준호, 정웅인 주연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윤제균 감독의 한국영화 <두사부일체>다. 올해 상반기에 속편 격인 <투사부일체>가 제작돼 개봉했다. 두 편 모두 개봉당시 폭발적인 관객몰이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원작에서 정준호가 맡았던 ‘계두식’ 역은 일본 드라마의 경우 일본의 인기그룹 토키오(Tokio)의 리드보컬 나가세 토모야(사카키 마키오 역)가 맡았다. 가수와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 나가세 토모야는 한국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되어 최민수와 공연했던 액션영화 <서울>의 주연 배우로 국내 관객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잘나가던 조폭 두목이 졸업장을 따내기 위하여 고등학교에 다시 편입한다는 기본 설정은 원작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원작 <두사부일체>가 사학 비리와 학벌주의, 교권의 붕괴 같은 한국의 교육 구조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다루었던 것과 달리,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마이 보스 마이 히어로>는 아직까지 학원 코미디의 공식에 좀 더 충실하다.
고교 시절을 통해 겪게 되는 협동과 우정·신뢰·사제간의 믿음 같은 단체 생활의 덕목에 대한 예찬 등이 담겨있다. 또, 학창시절의 소중한 가치들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드라마의 초점이 맞춰져있다.
덜렁대고 무식하지만, 일견 우직하고 순박한 내면을 지닌 조폭 중간 보스 사카키는 <두사부일체>의 계두식보다 <고쿠센>에서 야쿠자 가문의 손녀교사인 야마구치 쿠미코(나카마 유키에 역)의 고교생 버전에 더 가깝다.
<하쿠센 나가시>·<빅 머니>·<데릴사위>·<그녀가 죽어버렸다> 등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반항적인 신세대 내지는 코믹한 이미지의 아웃사이더를 주로 연기하던 나가세의 ‘열혈 연기’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교사가 모르는 질문을 물어볼까 두려워 험악한 인상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나, 한정 판매하는 매점 푸딩을 먹기 위해 온 힘에 다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 등 드라마 곳곳에서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망가지는 나가세의 열연이 극의 축을 지탱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드라마 전체적으로 나가세의 요란한 ‘원맨쇼’에만 기대는데 비하여 기존 학원물과 차별화 할 만한 극적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나가세의 동급생이자 여주인공인 히카리 역으로 <걸서클>, <드래곤 사쿠라>를 통하여 친숙한 모델출신인 아이돌 스타 아라가키 유이가 맡았다. 젊은 담임인 미나미 선생 역으로는 배두나와 <린다 린다 린다>에서 공연했고, 최근작 <데스노트>의 히로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카시이 유우가 맡았고, 이외에도 일본에서 주목받는 신세대 여배우들이 대거 드라마에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