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박카스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 요즘 동아제약이 대대적으로 내놓고 있는 ‘박카스’의 광고문구다.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는 2가지다. 하나는 다른 음료수와는 달리 박카스 만이 ‘진짜’ 피로회복제(약)이며, 그렇기 때문에 약국에서만 판매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광고 내용만 이럴 뿐, 현실에서는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도 쉽게 ‘의약품’이라는 박카스를 살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사우나. 여탕 안의 냉장고에는 박카스가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여탕 담당자에게 “박카스는 약국에서만 팔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담당자는 당황한 음성으로 “형부가 좋아해 약국에서 사다 놓은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남자인 형부가 좋아하는 박카스가 왜 여탕 냉장고에 진열돼 있는지, 형부는 수시로 여탕을 들락거리며 좋아하는 박카스를 마시는지 의문이다.
편의점에서도 파는 것으로 보도돼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박카스가 판매되는 것은 이곳만은 아니다. 건강 전문지 메디소비자뉴스(www.medisobizanews.com)는 21일자 기사에서 ‘신촌의 한 편의점에서 박카스가 진열돼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편의점 주인은 “동아제약 유통 업체에 부탁해 박카스를 갖다 놨다”며 “박카스를 판 지 오래 됐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서울 강남의 한 사우나 여탕 음료 냉장고에 전시돼 팔리는 박카스(맨 아래 칸). 여탕 관계자는 "형부가 좋아해 갖다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카스는 일반 건강 음료와는 달리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약국을 제외한 편의점, 찜질방 등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 행위다.
박카스의 주요 성분은 타우린을 비롯해 약전(藥典)에 규정된 이노시톨, 니코틴산아미드, 타이민질산염 등 약효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 성분을 오남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대한약사회는 박카스를 다량 섭취한 어린이가 헛것을 보거나 가려움증을 일으켰다는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약사회 "약이기 때문에 하루 1병 이상 마시면 안 돼"
약사회 관계자는 “박카스에는 하루 권고량에 해당하는 카페인이 들어 있으므로 성인이라도 하루에 1병 이상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약국 이외 장소에서 박카스가 판매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 동아제약 관계자는 24일 “약국 이외 장소에서는 박카스가 판매되지 않는다”며 “개인이 약국에서 구매해 소비자에게 재판매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광고를 통해 박카스는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라고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카스 TV광고의 한 장면.
박카스와 경쟁하는 건강음료를 슈퍼 등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 경쟁 업체의 관계자는 박카스의 약국 이외 판매에 대해 “상거래 도덕성을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할 행위”라며 “소비자의 혼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제약은 지난 2004년 슈퍼에서도 박카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국에 허가 신청을 냈으나, 박카스를 통한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약사 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다 허가 신청 자체를 철회한 바 있다.
현행 약사법은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면 약사법 벌칙 조항 제93조 제3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으며, 판매 업소가 행정 처벌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