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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정치와 기업 ⑩] ‘성과연봉제’ 지고, 문재인표 ‘직무급제’ 뜨나

잠 못 이루는 은행원들…새정부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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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5.30 11:24:04

CNB가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보다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연재하고 있는 <연중기획-정치와 기업>의 이번 주제는 금융권의 ‘성과연봉제’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이 제도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노조 동의 없으므로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문재인 정부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한데다, 이를 밀어붙여온 금융위원회는 존폐기로에 섰기 때문입니다. ‘이것’의 운명은 어찌될까요. 새정부의 대안은 뭘까요. <편집자주/CNB=도기천 기자>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作 성과연봉제 총체적 실패
핀테크 물결 속 떠나는 은행원들
文정부 ‘직무별 차등급여’ 만지작  
勞 “직무급제는 성과급제 사촌격”

성과연봉제는 직원의 업무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근속연수와 직급 기준이 아닌 개인별 성과에 따라 급여를 책정하겠다는 것.  

이 제도는 태어날 때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밀어붙였지만 노동계는 ‘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구조조정 카드로 도입했다며 맞섰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다 작년 12월 9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조속히 도입할 것을 지시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붙었다. 이날은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날이기도 했다. 며칠 뒤 KB국민·KEB하나·NH농협·우리·신한·SC제일·씨티·수협 등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행위였다. 근로기준법 94조 1항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 규칙을 바꿀 때는 구성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이런 절차가 생략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이를 두고 국정혼란을 틈타 강행한 불법행위라고 비난했다. 당시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 위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결행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금융노조는 파업과 집회를 이어갔고 기업은행·산업은행 노조 등은 이사회 결정이 무효라며 법정 소송에 돌입했다. 

애초 은행들은 지난 3월말까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해 2018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공백으로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 동의를 받지 않은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은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가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며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작년 연말 시중은행들은 성과연봉제를 기습 도입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새정부 출범으로 현재는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진두지휘 해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최근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위 해체, 정책변화 예고

이는 비슷한 이유로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인 다른 금융기관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를 반대하며 새로운 직무급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확대, 일자리 창출 등 고용안정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성과연봉제 또한 마찬가지 맥락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고용안정을 헤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이를 진두지휘해온 금융위원회가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는 점도 ‘백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3가지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해체될 가능성을 뜻한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싱크탱크인 ‘민주당 더미래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금융위의 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로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각각 넘기고, 소비자 보호는 별도의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산하에 있는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8개 기관은 각각의 성격에 맞게 기재부나 중소기업 관련 부처로 들어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성과연봉제의 컨트롤타워가 사라지게 된다.   

▲성과연봉제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지만 핀테크 환경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국씨티은행의 무인점포인 씨티골드 반포지점의 스마트존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잔

하지만 성과연봉제가 폐지되더라도 금융권의 인사 시스템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핀테크(금융+IT) 등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제도도입이 필요하다는 전제는 여전하다.       

실제로 스마트폰·인터넷뱅킹으로 인해 대면거래가 크게 줄면서 직장을 떠나는 은행원들이 크게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전체 직원 수의 14%에 이르는 2800여명의 직원이 작년 연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작년~올해 초까지 농협은행·SC제일은행·KEB하나은행 등 은행권에서 6천여명이 사직서를 냈다.

문 닫는 점포도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수는 2015년 말 5096곳에서 작년 말 4919곳으로 1년 만에 177곳(3.47%)이 줄었다. 각종 뱅킹수수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료 등이 이자수익을 앞지르면서 사람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입출금, 이체, 비밀번호 변경, 보안카드·OTP 등록 등 기본적인 업무는 물론 신규계좌 개설, 환전 업무, 각종 증명서 발급, 대출, 예적금·청약·펀드, 공과금 납부까지 가능한 스마트존(일종의 무인점포시스템)을 앞다퉈 만들고 있다. 

본인인증도 창구직원이 신분증을 확인하던 시대에서 손바닥 정맥, 동공 등을 이용한 바이오인증체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아예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KT의 K뱅크)도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이런 변화 앞에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잔’이 되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이성호 기자)


勞 “성과급·직무급 생존권 위협 매한가지”      

새 정부는 이런 문제인식 하에 성과연봉제를 대체할 카드로 직무급제를 검토하고 있다. 직무별 전문성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터넷신문협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면서도 “단순히 연공 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는 맞지 않다. 새로운 직무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과 같은 단순한 호봉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CNB에 “핀테크,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사람 일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역할에 맞게 임금과 노동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라며 “아직 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원회 성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조만간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 역시 노조 동의가 관건인 만큼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허권(53)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29일 CNB와의 통화에서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급여)이 높아지는 현행 체계는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지돼 왔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인권과 복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호봉제를 없애겠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한 발상인 만큼,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과연봉제는 물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직무급제 또한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되고 있다. ‘1등 신랑(신부)감 은행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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