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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프로젝트(10)] 北~서울 출퇴근…LH표 ‘개성 신도시’ 실현될까

‘제2개성공단’ 프로젝트 초읽기…LH 비난여론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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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8.07.25 09:12:26

▲24일 아침, 서울과 개성을 잇는 경의선 철로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철책 통문에 가로 막혀 있다. 이 철로가 다시 연결되면 개성에서 서울까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아 출퇴근이 가능하다. (사진=연합뉴스)

남북(南北), 북미(北美)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돼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CNB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북한 신도시 건설 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다뤘다. (CNB=도기천 기자)

‘개성신도시’ 법안 국회 상정 
LH가 남한처럼 북한도 개발
공기업 방만경영 논란될 수도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김시현(43·가명)씨는 치솟는 서울 전세값을 견디지 못해 2년 전 경기도 일산으로 이사했다가,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개성신도시에 지은 공공분양 아파트에 당첨돼 입주했다. 김씨의 회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씨티(DMC) 내에 입주해 있는 IT기업이다. 그는 주로 개성에서 자동차로 자유로를 이용해 출퇴근 한다. 가끔 회식이 있는 날은 차를 회사에 두고 경의선을 이용해 개성역까지 간다. 차를 이용하든 기차를 타든 50㎞ 남짓한 거리라서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김씨는 요즘 역사공부에 푹 빠져있다. 고려시대의 수도였던 개성의 유적지들을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매주 순서를 정해 한군데씩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은 송악산에서 등산도 즐긴다.”

남과 북이 손잡고 개성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했을 때를 상상한 이야기다. 현재 경의선은 개성 코앞인 도라산역이 종점이다. 도라산역에서 상암DMC역까지는 50분 남짓한 거리다. 이미 남북한 당국은 끊어진 철로를 잇는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의선(서울~신의주)의 현대화와 동해북부선(함경남도 안변∼강원도 고성) 연결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했다.  

아직 신도시 건설에 대해서는 남북 간에 오간 얘기가 없지만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개성공단(경제특구)이 건설될 경우,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남북경협포럼 이승재 사무처장은 24일 CNB에 “거리와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개성 인근이 (신도시 건설의) 유력한 장소로 꼽힌다”며 “경제특구에 종사하는 남측 인력의 주거 해결 뿐 아니라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이 IT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화’가 핵심인 만큼, 기반시설로 주거단지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LH가 국내에서처럼 북한에서도 각종 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이를 염두에 둔 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돼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지난 8일 북한에서 각종 용지를 개발·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LH가 수행하는 산업·공공·복합시설 용지의 공급 및 주택, 주거복지 등 모든 사업을 북한 내에서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LH는 그동안 개성공단 사업에 필요한 산업용지 조성과 공급, 금강산 관광을 위한 호텔 건설, 인도적 대북 지원 등 제한된 범위의 남북경제협력사업 만을 추진해왔다. 그마저도 2008년 금강산에서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윤 의원은 개정안 취지에 대해 “철도, 도로의 개량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시 개발, 산업단지 개발,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남북경협이 이뤄질 수 있다”며 “제2, 제3의 개성공단과 신도시 조성 등을 통해 북한 개방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도시개발 분야의 최대 공기업인 LH가 북한지역에서도 국내처럼 토지·주택 개발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부채 줄이기에 혈안이 된 LH공사가 북한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진은 박상우 LH 사장의 최근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현대아산·현대건설 수혜주 부상 

‘북한 신도시’가 추진될 경우, 건설업계에도 상당한 호재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남북경협에 삼성물산, 대우건설, 한화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SK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LH가 주도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앞다퉈 시공사로 참여해 왔다. 

특히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북한에 진출해 평양의 ‘류경정주영체육관’을 지은 경험이 있다. 2000년 착공해 3년 만에 완공된 이 체육관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당시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 체육교류 활성화에 뜻을 모으면서 남북 합작사업으로 지어졌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북측은 원자재와 노동력을 제공했다. 

현대아산이 대북 7대 SOC사업 독점권(백두산‧묘향산‧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 백두산 수자원 개발, 통천비행장, 철도, 전력, 통신, 댐)을 갖고 있는 점도 현대건설에게 긍정적이다. 범 현대가(家) 기업들이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해상, 현대백화점그룹 등으로 분리되면서 현대아산과 현대건설도 지금은 각각 다른 지붕 밑에 있지만, 한때 정주영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함께 남북사업을 펼쳤다는 점에서다. 

▲LH의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LH가 대북 투자에 나서는데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이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분양전환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전국10년공공임대입주자연합회 카페)


LH에 뿔난 서민들, 곱지않은 시선

하지만 북한개발이 본격화 되고 국회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재 LH의 여력으로 신도시 사업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는 있다. 

LH는 부채 비율이 342%(133조, 2017년 기준)에 이르는 적자 공기업인데, 2022년까지 부채비율을 250% 아래로 감축하겠다는 목표 하에 재무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작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는데, LH를 앞세워 공공지원 민간임대(옛 뉴스테이) 20만호, 공공임대 65만호, 공공분양 15만호 등 총100만호를 향후 5년간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100만호 중 75만호 가량을 LH가 담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적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상태에서 막대한 사업비가 투자되는 북한의 신도시 조성까지 감당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지난 4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내려다본 시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LH의 주택공급 정책에 대해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점도 대북사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년 공공임대는 10년 임대 후 시세의 90~95%선에 분양전환 하는 방식인데,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분양전환을 앞둔 세입자들이 전국적인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다. 

박근혜 정부 때 ‘하우스푸어’ 구제 정책으로 시행한 ‘희망임대주택 리츠’ 사업도 재매입 금액을 놓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집값 상승으로 리츠에 집을 팔았다가 되사야 하는 하우스푸어들의 재매입 금액이 크게 오른 때문이다.

이밖에도 신혼희망타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 여러 유형의 제도들이 유형별로 제각각이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어 제도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LH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CNB에 “한반도 평화와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경제개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LH가 공공성을 상실한 행태로 비난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에 나선다면 이를 반길 세입자(임대 거주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병두 서경대 교수는 CNB에 “LH가 공기업 정상화라는 명분 하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인데 북한 신도시 사업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면 또다시 방만경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남북경협이라는 큰 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업의 규모와 적정성, 기존 세입자와의 형평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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