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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34)] 뒤로 가는 재벌개혁…핵심법안들 올스톱 “왜”

4대 상법개혁 제자리…먼산 바라보는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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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04.29 08:59:48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양대 축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이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수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4대 상법 개혁안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CNB=이성호 기자)

 

찬반 대립 속 4대 상법 개혁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사진=연합뉴스) 

 

‘4대 개혁안’ 첨예한 찬반 대립각
패스트트랙 논란 속 국회 올스톱
우선 쉬운 것부터 ‘통과’ 한다지만
시민단체 “핵심 빠진 조급증” 비판


현재 국회에는 총 13건의 상법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를 분야별로 분류하면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4가지다.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상반기 내에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하나 같이 쟁점 사안이라 13건의 개정안을 분야별로 묶는 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선거제·사법제도 개편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놓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의사일정 중단)을 선언한 상태라 앞날이 안개속이다.

하나, ‘다중대표소송제’ 경영권 침해 논란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자회사의 손실이 모회사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볼 때 지주회사·지배회사의 주주들에게 다중대표소송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벌총수가 일감몰아주기 등 의도적으로 모회사의 부를 이전하더라도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에 대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기에 외부견제 강화는 물론 지배회사 주주의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제계에서는 소송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법안별 다중대표소송 도입의 영향(2018년 11월 13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184억4000만원만으로 90개 상장 지주사의 자회사 중 72.1%(408개)의 기업에 소송 제기를 할 수 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가지고 있는 관계에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데 필요한 모회사 지분율을 ‘0.01% 이상 보유’로 적용할 경우다.

예를 들어 20억원으로 자산규모 453조원 규모(2018년 6월말 기준)의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14개, 5억8000만원으로 롯데지주 자회사 중 13개에 대해 대표소송이 가능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에서는 투기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에 간섭하는 부작용을 초래, 결국 경영권이 흔들리게 된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현행 감사위원 선임 방식 및 개정안 개요. (자료=경총)


둘, ‘감사위원 분리’ 이사회 구성부터 장벽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를 선임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따로 뽑도록 하는 것도 상법 개정의 핵심 이슈다.

현행 상법에서는 감사(위원)를 선출할 때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 찬성하고 출석주식수의 과반수가 찬성토록 하고 있다. 단,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 최대주주는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합산 3%의 의결권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맹점이 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3% 의결권 제한룰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적인데 감사위원회 위원은 이사로 선임된 자 중에서 맡기는 일괄선출방식이다.

즉 대기업의 경우 이사 선출 단계에서는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3%룰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실효성이 없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모순이 발행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에서는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별도로 뽑아 3%룰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경영권 위협의 소지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경총 등에서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영향력을 확대시킨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과거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때 소버린은 가지고 있던 SK 주식 14.99%를 2.99%씩 5개로 나눠 모든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SK 최대주주 측은 3%의 의결권만 행사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제계에서는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상법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셋, ‘집중투표제’ 기업사냥꾼 악용 우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후보자 1명 또는 여러 명에게 집중해 투표하는 방식이다.

상법 개정을 통해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2인 이상의 이사 선임 시 소수주주의 청구에 따라 집중투표 실시를 의무화하게 된다. 2명을 뽑는다고 가정하면 1만주를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1만개가 아닌 2만개가 부여돼, 한 명에게 다 몰아줘도 되고 분산해도 되므로 결과적으로 소수주주의 권한이 세져 오너일가·대주주 측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현재에도 자산규모가 큰 상장사를 대상으로 발행주식총수(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의 1% 이상의 주식보유자는 집중투표 방법의 이사선임을 청구할 수 있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실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152개사(2018년 7월 31일 기준) 중 포스코·KT&G·우리은행·한화생명보험·신한금융지주·DGB금융지주·KB금융지주·광주은행·KT·하나금융지주·대우조선해양·BNK금융지주·제주은행 등 13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139개사가 집중투표제를 정관상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집중투표제 강제화 또한 재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06년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타 헤지펀드와 협력해 KT&G 주식 6.59%를 매입한 후 집중투표제를 이용해 사외이사 1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킨 것을 대표적 악용 사례로 꼽고 있다.

칼 아이칸은 KT&G에 장기사업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 제출,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기업공개 등을 요구했고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 2조8000억원 가량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결국 칼 아이칸은 약 1500억원의 차익을 얻은 후 철수했다. 자칫 칼 아이칸 같은 공격적인 특정세력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넷, ‘전자투표제 강제화’ 실효성 의문

전자투표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식으로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전자투표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들이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정기주총을 여는 이른바 ‘슈퍼주총데이’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만 상장법인의 96%가 정기주총을 열었는데, 3월 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 간 개최된 주총이 무려 1555개나 됐다.

주총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보니 주주들의 참석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의결권 행사도 불가능해 주주감시 기능이 무력화된다. 대부분의 주총이 오너일가와 친기업 주주들만의 잔치로 치러지고, 사측의 안건이 속전속결로 무사통과되는 이유다.

이에 대한 대안이 전자투표제 의무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발행주식수 대비 5.04%로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최근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두산그룹 등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에게 전자투표제 도입 현황 및 계획 질의서를 발송했는데, 이중 올해부터 자회사가 전자투표를 도입했다고 답변한 기업도 있었다”며 “소수주주권 보장 등 상법 개정 촉구 활동을 강하게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계에서는 주총의 투표방법까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내세운다.

악의적 루머에 휘둘릴 수 있고 해킹, 에러발생, 위조·조작 등의 위험성도 있으며, 주총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의사진행이나 토의결과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채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자투표 의무화가 도입된다 해도 투자수익에 관심을 두는 소액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서울시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법무부)

 

문 정부 “일단 2개라도…”

이처럼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논의는 진전이 없는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이후로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자유한국당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경영권 보호장치가 없는 상법 개정은 기업을 더욱 옥죄고 경영활동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정부·여당에서는 4개 개혁안이 한꺼번에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재계 반대가 큰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뒤로 하고 일단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CNB에 “정부에서 우선순위 근거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내세우며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과 관련해 이행 대안이 마련됐다고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도입은 됐지만 아직 정착되지 않았기에 이러한 인식은 부적절하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관투자자들이 아무리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상법 개정안 조정 가능성은 ‘성과’에 목마른 현 정부의 조급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인데 향후 결과물은 지켜볼 일이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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