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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남자’ 장녹수·‘라디오스타’ 강PD 닮은꼴

강성연·최정윤, 이준익 감독통해 배우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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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한희진기자 |  2006.11.01 15:38:29

▲데뷔 후 10년 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강성연은 <왕의 남자>로 대종상 여자인기상을 수상하는 등 배우로 인정받았다.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에 출연할 배우들의 캐스팅을 완료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흥행을 책임질만한 확실한 배우도 없는데다 극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광대 공길 역을 이준기라는 신인 배우가 덜컥 맡았기 때문이다.

장녹수 역을 맡은 강성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96년에 MBC 공채탤런트로 데뷔해 십년 가까지 탤런트로, 가수로 활동했지만 이렇다할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는 배우에게 덜컥 장녹수라는 역할을 맡긴 건 실수라고들 말했다. 더구나 강성연은 외모가 매우 서구적이어서 고전적인 요부를 연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지만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강성연은 <왕의 남자>가 필요로 하는 장녹수 역할에 적역이었다. 강성연의 도발적인 눈빛과 말투가 장녹수라는 인물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을 대신했고 특히, 공길에 대한 질투를 연기하는 모습은 최고였다. 덕분에 강성연은 연기자 데뷔 10년만에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이준익 감독은 <라디오 스타>에서도 배우의 숨겨진 재능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한 명은 라디오 PD 강석영을 연기한 최정윤이고, 또 한 명은 청록다방 김양을 연기한 한여운이다.

▲<라디오 스타>에서 강PD를 연기한 최정윤은 박중훈, 안성기와 함께 좋은 연기를 보여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정윤 역시 강성연과 마찬가지로 CF로 연예계에 데뷔해 주로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아 10년의 연기생활을 해왔다. 2003년에는 영화 <써클>에서 1인2역을 맡아 야심찬 연기를 보였으나 영화가 실패하는 바람에 최정윤의 연기도 빛을 보지 못했다.

<라디오 스타>의 출연배우를 이야기할 때 박중훈, 안성기에 뒤이어 거론되는 배우는 최정윤이다. 쟁쟁한 두 선배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일 최정윤이, 이번 영화에서 드디어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동안 영화에서 거듭된 부진을 벗어난 것이다.

최정윤이 연기한 강PD는 방송사고로 원주에서 영월로 쫓겨난 고집불통 라디오 PD. 88년 가수왕 수상 셩력에 연연하는 한물간 록커 최곤과 닮은 캐릭터다. 하지만 최곤이 인생을 포기하고 과거의 화려함에 파묻혀 지내는 것과 달리 그는 보잘것 없는 현실을 발판삼아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

원주 방송국에서 영월 중계소로 좌천되어 복직할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강PD라는 인물은 작위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는 뻔한 내용으로 감동을 주기 위해서 모든 인물들을 조금씩 과장시켰기 때문에 그건 흠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짜증스러운 말투, 신경질적인 행동 등 일상적인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낸 것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청록다방 김양’을 연기한 신인배우 한여운. 조연이지만 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편, ‘청록다방 김양’ 한여운은 <라디오 스타>가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맛깔나는 조연 연기를 보였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의 후배 파티셰로 출연했고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2위를 차지한 경력이 있다.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고 화제가 되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사람들에게 ‘배우 한여운’을 인식시킨 건 역시 <라디오 스타>였다. 빨간 립스틱에 미니스커트, 하이힐을 신어도 섹시하기보다 귀여웠던 한여운은 엄마 이야기로 영월주민들을 울리는 순수한 다방종업원 김양 역할에 아주 잘 어울렸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경력 1년차 신인배우의 끼와 잠재력을 이준익 감독이 잘 뽑아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와 <라디오 스타>에서 연달아 출연 여배우들에게 캐스팅해 그들이 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남자 배우에 비해 다양한 캐릭터의 여자 배우들은 늘 부족해 여배우 기근에 허덕이는 한국영화계에서, 화려한 스타들에 가려져 있던 여배우들 적절하게 캐스팅해 그들의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도록 하는 이준익 감독의 탁월한 재주는 아주 가치있는 것이다. 특히, 성적 표현에 집착하지 않고도 여배우가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게끔 하는 건 이준익 감독의 대단한 능력이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는 것,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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