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심장을 뛰게 한 작품입니다. 아직도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뭉클함이 샘솟네요."
한국영화 '만추'에 여주인공 안나로 출연한 탕웨이의 말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는 8일 '만추'의 시사회가 끝나고 부산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추'는 고전이라 배우로서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김태용 감독이 리메이크한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동명 타이틀(1966)을 원작으로 삼았다. 원작은 모범수로 특별 휴가를 나온 여주인공이 위폐범으로 쫓기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원작과는 달리 미국 시애틀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만추'(Late Autumn)에서는 탕웨이와 현빈이 호흡을 맞췄다. 배경만큼이나 이야기는 원작과 궤를 달리한다.
외도를 의심하는 남편과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하던 안나(탕웨이)는 어느 날 끔찍한 폭행을 당하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다.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생활하던 안나는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고 7년만에 외출을 허락받는다.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 안. 무덤덤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안나에게 껄렁껄렁한 인상의 훈(현빈)이 다가와 버스비가 부족하니 30달러를 빌려달라며 손목시계를 건넨다. 마침내 안나의 도움으로 훈은 버스를 타는 데 성공한다.
시애틀에 와 헤어진 둘은 하루가 지난 후 거리에서 재회한다. 안나는 우발적으로 훈에게 함께 있자고 제안하면서 둘의 운명적인 사랑은 시작된다.
"안나라는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할까 두려웠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셨어요. 고전의 깊이감을 나타낼 수 없을까 봐 두려웠지만, 열심히 하다보니 해 낼 수 있었어요. 꼭 도전해보고픈 작품이었습니다."
탕웨이는 '색, 계'를 둘러싸고 농도 짙은 정사신에 대한 논란과 함께 상하이 친일정부와 변절자를 미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008년 3월 중국 영화계에서 퇴출당했다. 복귀작으로 선택한 건 아이비 호(안시.岸西) 감독이 메가폰을 든 홍콩영화 '크로싱 헤네시'와 '만추'.
"중국에서든 해외에서든 감독과 주연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건 비슷하죠. 차이점이 있다면 언어인 것 같아요. 광동어(크로싱 헤네시)로 연기한 적도 있고, 중국어(색,계)로 연기한 적도, 영어(만추)로도 한적이 있지요. 이번에는 영어로 했는데 일단 모국어가 아니잖아요. 현빈 씨와 호흡을 맞추면서 눈과 입, 손과 발까지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연기했어요."(웃음)
김태용 감독에 대해서는 "잠재력이 있고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에서 품격이 느껴졌다"며 "아이 같은 면모를 가진 감독이다. 그리고 '이런 게 한국영화에서 연기하는 행복감이구나'라는 점을 가르쳐 주신 분"이라고 칭찬했다.
한국영화에 다시 출연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외국 같지 않아요. 포근하고 익숙하죠. 재능있는 한국 감독과 배우와 계속 작업하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한국말도 배우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김태용 감독님과 현빈 씨와도 다시 한번 작업하고 싶어요. 전 함께 호흡을 맞춘 사람들과 다시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