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래 거주하다 한국에 와서 물건 값을 보고 가장 놀란 건 치킨 값과 커피 값이다.
우선 치킨 값. 미국 사람들, 특히 백인들은 프라이드 치킨을 거의 안 먹는다. ‘튀긴 음식’이 몸에 안 좋다는 거부감 때문이다. 반면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흑인이나 멕시칸 등은 프라이드 치킨을 좋아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맛난 프라이드 치킨을 먹으려면 ‘조금 가난한’ 동네로 가면 된다. 그러면 줄지어 선 손님 덕에 금방 튀겨진 맛난 프라이드 치킨을 먹을 수 있다. 반면 백인 부유층 지역에 드물게 있는 치킨집을 잘못 찾아갔다가는 튀진 지 오래돼 질겨진 치킨을 먹어야 한다.
한국인처럼 프라이드 치킨을 ‘상식’하는 국민도 드물다. 국가대표 축구팀의 주요 경기가 있는 날 치킨 배달을 시켜봤다면 ‘치킨 열기’를 경험했을 것이다.
조건은 비슷한데 왜 한국 치킨은 비쌀까
미국에서 KFC 치킨 등을 즐겨먹던 필자는 한국에 와서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에 1만8000원 정도나 하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닭 기르는 방식은 똑 같다. 다 닭장에 넣고 대규모로 생산한다. 사료도 미국 등지에서 수입하니 먹는 사료의 내용이나 가격도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이런데 피부로 느끼는 값 차이는 크니 도대체 어떤 요지경 속인지 모르겠다.
필자는 사실 미국에 있을 때 “한국의 프라이드 치킨 체인점을 수입해 가게를 하나 차려볼까” 하는 생각에 한국 업체와 접촉해 본 경험이 있다. 멕시코 출신들이 치킨을 좋아하니 장사가 될만하다 싶었다. 알아보니 미국 현지에서 튀김 기계를 구입하는 것보다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로부터 기구 일체를 수입하는 게 훨씬 쌌다. 치킨집 차리는 비용도 한국이 싸다는 결론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20몇 달러 정도를 주면 어른 네 명이 배불리 먹을 정도로, ‘큰 통 하나 가득’ 프라이드 치킨을 살 수 있다. 한국에서 1만8천원짜리 치킨을 사면? 어른 두명은 괜찮지만 네 명이면 모잘라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이런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이런 마당에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한 마리를 5000원에 내놨고 “이래도 밑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반응이 클 수밖에 없다. 통큰치킨 때문에 영세 치킨 튀김집이 망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만약 프라이드 치킨 프랜차이즈의 본사가 많은 이익을 ‘가맹점주로부터’ 취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통큰치킨이 좀더 통크게 버텨 줬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사람은 겁나서 못 사먹는 '한국 커피값'
다음은 커피 값. 미국에서 서민으로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커피 값이라야 대개 1~2달러 사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2000원짜리 커피는 아예 존재하지 않고 4000~5000원이 기본이며, 1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5~10달러짜리 커피라니!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값이다.
그래서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 사람에게 물어 봤다. 왜 이리 비싸냐고. 그랬더니 “커피숍은 자리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자리값이 비싸다”고 한다.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최근 보니 홍대앞처럼 장사가 잘 되는 곳에선 기존 분식집 등이 속속 커피숍으로 바뀌는 중이다. 아니, 그렇다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임대료를 내는데, 라면을 팔 때는 염가판매가 됐지만, 커피를 팔면 갑자기 ‘자릿세 때문에’ 폭리를 취해야 한다?
한국의 요지경 가격 체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대기업이 끼면 이런 요지경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한국의 물가가 모두 비싼 건 아니다. 극도로 값싼 물가도 있다. 서민들이 매달리는 식당들이다. 10년 전에 5천원 했던 밥값은 지금도 5천원이다. 재료값이 오르는데 값은 올리지 못하니 남는 건 뼈를 깎는 인건비 착취다. 눈물겨운 생존경쟁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가게는 죽여도 비즈니스는 살리는 게 한국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