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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나다센터 가보니…"피아노 부숴라"

[우리동네 우리학과]창작악기제작 과정…창의성의 시작 '금지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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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휴사 대덕넷기자 |  2007.03.08 09:32:01

▲ⓒ 2007 HelloDD.com

미래 꿈나무들의 재잘거림이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한 시청각실을 가득 메운다. 이윽고 울려 퍼진 아이들의 합창소리.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군밤타령으로 시작된 합창은 '학교 종이 땡땡땡~'을 지나 '동무들아 오너라~'로 이어진다.

여기에 다 먹은 과자 통, 정수기의 생수 통, 심지어는 밥 비며 먹던 양푼이까지 총 동원돼 만든 악기 소리까지 더해져 KAIST 교정을 울린다. 멀리서도 그 소리만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이들은 KAIST 문화기술(CT)대학원 나다센터(청소년문화기술체험센터)의 '창작악기제작'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아이들.

요란한 울림으로 연 '창작의 문'

창작의 문은 첫 시작부터 요란했다. 지난 1월 24일 처음 모인 아이들은 악기 제작에 앞서 우선 악기를 부수는 데에 정성을 들였다.

아이들이 부술 상대는 피아노. 창작악기제작 과정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음악을 공부하며 악기를 하나 즈음은 다룰 줄 아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악기를 배우면서 먼저 부숴보라는 주문은 처음이었다.

'악기는 늘 소중히 다뤄야 하고 망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크게 각인돼 있는 아이들에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연주했던 피아노를 부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처음 부수기 시작하면서의 어색했던 손놀림이 조금 익숙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인정사정없이 악기를 부숴버린 아이들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과제는 그 악기의 부속품들을 찾아 다시 조립을 해보는 것. 이 난감한 과제를 해결하느라 아이들이 내는 소리는 아이들의 마음처럼 요란했다.

'아이들이 완제품으로서 악기를 대하는 것과 직접 자기가 부숴보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악기를 대하는 감성은 다르다'는 것이 창작악기제작과정을 맡아 진행한 김정진 KAIST 교수의 생각.

이렇게 한번 악기를 부숴보는 것으로 악기의 구조를 모두 이해시킨다는 욕심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 금지돼 왔던 것을 아이들이 스스로 깨버림으로서 악기를 대하는 마음을 달리하자는 복안이다.

김 교수는 "그 속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감성들이 창의성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악기 부수는 일을 워크숍 과정의 첫 번째 과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어울림으로 무너뜨린 '마음의 빗장'

김정진 교수는 금지된 것을 시도해 아이들 각자의 감성을 불러일으킨 것을 바탕으로 창조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마냥 자유롭게 놓아두는 것으로 창조성을 갖게 할 수는 없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김 교수는 우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에 지켜야 할 원칙부터 세웠다.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 '어떠한 폭력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창작악기제작과정을 진행하는 김 교수만의 원칙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 이 과정은 '악기를 잘 다루고 음악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을 데려다가 단지 쇼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는 애초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일은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창조는 원칙 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원칙은 함께 살아가는 어울림 속에서 지켜져야 하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어울림을 통해 만들어지는 창조가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진정한 창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해 하던 아이들은 금세 마음 맞는 아이들끼리 어울리기 시작했고 자연히 소외되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김 교수는 악기 제작 일정을 취소하고 아이들 한명 한명을 세심하게 상담했다. 이후 가장 크게 골이 깊은 아이들을 같은 조로 편성했으며 또 다시 이런 일이 있을 시에는 과정에서 탈락한다고 경고했다.

창조는 특별한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찾는 조금 다른 패러다임

상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튀어나왔던 미움이 잦아들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보듬을 줄 알게 되면서 아이들은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

이후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작은 움직임 속에서도 새로운 소리를 찾기 시작한 아이들은 어울림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찾아냈다.

아이들은 찾아낸 소리들을 엮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테마로 한 공연을 준비했다. 가을을 테마로 한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아이들은 저마다 자잘한 알갱이들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들을 찾아 박자를 맞춰 소리를 더했다.

스스슥~ 사사삭~ 달각! 달각!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피아노 선율에 더해지며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로 넘어간 테마에는 '군밤 타령'을 합창하며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겨울을 표현해낸다.

봄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학교에 갈 준비에 분주하다. '학교 종이 땡땡땡~'을 4중창으로 함께 부르는 아이들. 하지만 흔히 알고 있는 멜로디는 잊은 지 오래. 그들만의 '학교 종'이 울린다.

아이들이 모두 들어가고도 남을 커다란 악기에는 이런 저런 물건들이 한 가득 달려 있고 아이들은 악기 속에 들어가 마지막 연주를 시작한다. 악기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됐고 아이들이 그 안에서 연주하는 곡명은 따로 없다. 정해진 시간에 각자 원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마지막 부분을 함께 끝마치면 그것 자체로 아이들만의 음악이 된다.

김 교수는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악보를 보여준 적이 없다. 그저 들려지는 대로 표현하고 느껴지는 대로 표현하도록 했을 뿐. 여기에 하나 더, 마음을 모아 함께 표현해내야 할 부분만을 지키도록 했을 뿐이다.

지난달 24일 아이들은 워크숍 과정을 마치며 '과학영상제작'. '첨단뮤지컬제작' 과정을 이수한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열었다. 처음 만나 서먹했던 아이들은 공연을 하며 서로의 눈빛을 읽고 함께 뛰어놀던 모습을 그대로 담아 관객 앞에 내보였다.

과정을 마무리 하며 김 교수는 "아이들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늘 하던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다른 시각으로 사람을 이해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비교적 어린 아이들일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것을 훨씬 잘 했다"고 말하는 김 교수. 때문에 그는 학부모들에 대한 면담도 진행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유지해주고 키워주는 것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생각 때문.

면담에서 김 교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학부모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냈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아닌 자신 스스로 원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 교수는 이번 1차 워크숍 진행 과정과 아이들, 학부모 면담 내용을 토대로 오는 4월부터 진행될 2차 워크숍을 준비할 계획이다.


CNBNEWS 제휴사 / 대덕넷 이지은·천윤정 기자 joesmy@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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