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서버 식혀줄 ‘열관리 시장’ 급부상
정유업계, 차세대 액침냉각유 개발에 속도
AI시대 본격화되며 시장 규모 기하급수적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차세대 냉각 기술 개발에 나선 정유업계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배터리는 열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배터리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고 배터리 수명이 단축된다. 더구나 화재 위험성도 커진다. 이에 최근 냉각 효율이 높은 ‘액침냉각’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액침냉각은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 등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에 넣어 열을 직접 식히는 차세대 냉각 기술이다. 최근 서버 하드웨어가 고도화되고, 대규모 서버 시설이 늘면서 배터리를 냉각시키기 위한 기술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정유업계는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의 열관리를 위한 액침냉각유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에쓰오일은 지난해 10월 고인화점 액침냉각유를 출시했다. 제품명은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이다.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은 인화점 250℃ 이상의 고인화점 신제품이다. 고인화점 제품은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시장에서의 수요가 크다. 특히, 이 시장은 위험물안전 규제가 엄격하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액침냉각 기술을 도입하려면 위험물안전관리법, 소방법에 따른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 제품(인화점 250℃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측은 “글로벌 탑 티어(Top-tier) 서버사가 제조한 서버를 활용해 고인화점 제품의 실증 테스트를 진행, 서버의 안정적인 구동과 우수한 열 관리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에쓰오일은 저인화점 제품부터 고인화점 제품까지 제품군을 구축하게 됐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은 지난 3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액침냉각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액침냉각 기술을 연내 개발 완료하고 ESS에 우선 적용한다는 것.
이에 따라 에쓰오일은 다수의 ESS 제조사와 액침냉각 기술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며 개발 완료 즉시 공동개발 ESS 업체에 우선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액침냉각 기술이 ESS 사용자들이 우려하는 배터리 화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초기 투자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액침냉각 기술을 선택하는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운영 비용 절감 효과가 커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전략이다.
네이버클라우드에 액침냉각 기술 도입
HD현대오일뱅크도 액침냉각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액침냉각 시스템 기업 GRC로부터 일렉트로세이프 프로그램 인증을 획득했다.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GRC는 2009년 설립된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액침냉각 시스템 기업이다. 자사가 구축한 설비는 물론 전 세계 구축돼 있는 모든 액침냉각설비에 적합한 제품에만 일렉트로세이프 프로그램 인증을 수여하고 있다. 아직 공인 제품 규격이 미흡한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시장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HD현대오일뱅크는 네이버와 손잡고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지난 4월 HD현대오일뱅크는 액침냉각 제품인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를 네이버클라우드에 공급했다.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진행하는 액침냉각 프로젝트 사업의 공급자로 선정돼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총 4년간 공급한다. 공급된 제품은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진행하는 액침냉각 서버 테스트 프로젝트에 활용되며 제품 사용성, 성능 검증 및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전기차 윤활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2023년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현대엑스티어 EVF’를 출시했다. 차량용 윤활유는 차량 내부의 불필요한 전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에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 산업자동차용 윤활유 엑스티어(XTeer)를 공급하면서 북미 윤활유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액침냉각은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용도뿐만 아니라 여러 전자 장치의 시스템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배터리나 서버 등은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들은 온도가 상승하면 발열을 제어하게 되는데, 이때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량도 덩달아 높아진다. 따라서 액침냉각은 액체가 실시간으로 열을 흡수해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준다. 액침냉각은 공랙식 대비 전력 소비량을 약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AI시장 확대 등으로 데이터센터 서버 발열을 막기 위한 액침냉각 수요가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전기차 및 ESS 산업용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2031년 2조 7000억원 규모의 액침냉각 시장은 2040년 연 4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액침냉각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며 “윤활유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