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과 함께 한 제니 홀저.(사진=왕진오 기자)
지난 30여 년간 다양한 공공 매체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전달해 온 미국인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ㆍ61)가 8일부터 10월 16일까지 국제갤러리에 LED(발광다이오드)와 대리석 조각, 그리고 프린트로 구성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언어를 가장 주요한 의사전달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 언어는 작품의 형식적인 요소로서 작용함과 동시에 언어가 가진 자체적인 의미 또한 작품의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제니 홀저가 처음 이러한 의도를 가시화 한 것은 뉴욕시내의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면서부터였다. 화려한 광고판을 통해서 재현되는 홀저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광고, 뉴스와 예술작품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였다.
▲제니 홀저, Blue Purple Tilt, 2008.(사진=왕진오 기자)
최근 그는 LED전광판을 조각 작품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건축적 공간에 대한 개념을 흐트러뜨리면서 장소와 관람자의 관계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1986년부터 그의 언어작업은 광고판에서 벤치형태의 돌 조각으로 이어졌다. 의자의 기능을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도 제니 홀저 작업의 핵심인 언어작업인 문구가 돌에 새겨져 있다. 비물질적인 전광판의 빛과는 정 반대로 강한 물질감이 부여된 벤치와 발받침 조각은 그 형태로 하여금 기념비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일상의 삶 속에 하나의 오브제로 들어온 작가의 작업은 과거의 폭력적이고 비참한 사태를 다시금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1996년에 이르면 작가는 라이트 프로젝션 작업을 통해서 자신의 작업을 건축과 풍경으로 전환시키기에 이른다. 이후 이 작업은 공간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통해서 점차 발전, 지속되어 왔다.
건물 전면에 언어를 투사하는 작업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건물을 낯설고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시키면서 관객의 인식을 전환시켰다. 건물에 투사되는 언어, 특정 장소에 대한 이해 등 우리가 추측 가능한 모든 것들은 라이트 프로젝션 작업이 종료됨과 동시에 사라져버리는 것이 이 작업의 특징이다.
▲제니 홀저, Someone else
LED, 풋스툴(돌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보이는 그의 작업은 오늘날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어에 무감각해진 현대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일관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국제갤러리에서의 첫 한국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LED와 대리석 조각, 그리고 프린트로 구성된 총 23점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중 대형 사이즈의 LED 조각은 제니 홀저가 특별히 이번 국제갤러리 개인전을 위해 준비한 작품들로써, 작가의 가장 최근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의미 깊은 기회를 제공한다. 문의 02-733-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