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ㆍ상ㆍ제ㆍ한ㆍ서. 외환위기 이전 한국 경제를 도맡았던 우리나라 1세대 시중은행들을 일컫는 말이다. 마지막 남았던 SC제일은행이 행명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변경하면서 우리나라 '조상제한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조상제한서는 조흥(1897년), 상업(1899년), 제일(1929년), 한일(1932년), 서울(1959년) 등을 설립순서대로 부르는 이름이다. 그러나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조상제한서는 하나둘씩 없어지기 시작했고, 최후의 제일은행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조흥은행은 2006년 신한은행과 합쳐졌고, 서울은행은 지난 2002년 하나은행과 합치게 됐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지난 2000년 합병을 통해 현재 우리은행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제일은행은 지난 1958년 조선저축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되면서 ‘SC제일은행’으로 이어왔다.
SC제일은행이 지난 11일 행명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변경하면서 ‘제일’이라는 이름을 없앴지만 은행 측은 “제일의 역사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의미에서 지속적으로 이름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1세대 은행 사라지고 ‘메가뱅크’ 바람 분다
이처럼 국내 1세대 시중은행이 모두 사라진 가운데, 2세대를 책임지고 있는 은행들이 ‘메가뱅크’ 설립에 앞장서고 있다.
우선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면 2월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 짓겠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합쳐지면 펀드 및 대출, 외환, 무역금융 등의 분야에서 업계 1~2위를 차지하게 된다. 국내 점포수도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지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민영화가 무산됐던 우리금융지주도 올 상반기에 민영화를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산은금융과 기업은행 등도 올해 민영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이 은행들이 합쳐질 경우 또 하나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또한 하나-우리-신한-KB-산은금융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사들이 해외진출을 통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는 유난히 은행들의 M&A 움직임이 활발할 전망이다.
한편,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이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춰, 올해 새롭게 탄생할 메가뱅크에 금융권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