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이 만든 라디오와 TV, 세탁기, 삼성이 만든 최초의 DRAM 등 잊혀진 산업기술 유물들이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청장 변영섭)은 근·현대 산업기술 분야에서 산업사적·문화적 가치가 큰 ‘압사기’,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 ‘현대자동차 포니1’ 등 18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에 가장 많은 제품이 문화재로 선정된 기업은 ‘금성사(현 LG전자)’로 라디오, TV, 냉장고, 세탁기 등 4건이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금성 라디오 A-501’은 1959년 제조된 국내 최초의 진공관 라디오로, 전자회로의 설계와 제품 생산의 기술 축적 등 전자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금성 텔레비전 VD-191’은 1966년에 제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흑백 텔레비전으로, 화면 크기는 19인치이며 제품에 따라 받침다리를 설치하여 고급 가구의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외에 1965년 제조된 국내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 ‘금성 냉장고 GR-120’과 1969년에 제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세탁기 ‘금성 세탁기 WP-181’도 문화재로 선정되었다.
▲삼성 64K DRAM(사진 제공 : 문화재청)
삼성전자는 1건이 선정되었는데 ‘삼성 64K DRAM’이 그것이다.
64K DRAM은 1983년 개발된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화된 반도체로, 손톱만한 크기의 칩 속에 6만4천개의 트랜지스터 등 15만개의 소자를 집적한 VLSI(초고밀도 집적회로)급 반도체다. 이 칩의 개발은 대한민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사의 워드프로세서 ‘한글 1.0 패키지’도 소프트웨어로는 유일하게 선정되었다. 1989년 4월에 출시된 이 제품은 다양한 글꼴과 선 그리기 기능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한글의 정보화에 기여한 기술적·문화적 가치가 크다.
1961년 연세대학교 한만춘(1921~1984)이 제작한 ‘연세 101 아날로그 전자계산기’와, 1964년 한양대학교 이만영(1924~2013)이 제작한 ‘아날로그 전자계산기 3호기’도 선정되었다. 이 기기들은 진공관식 전자장치를 사용한 전자계산기로, 디지털 컴퓨터가 도입되기 이전인 1960, 70년대에 교육과 연구에 활용되었다.
이외에 1886년 독일에서 도입된 조폐기기 ‘압사기(壓寫機)’와 이며, 공병우(1906~1995) 박사가 개발한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 국내 최초의 양산형 고유 모델 자동차인 ‘현대자동차 포니1(Pony1)’, 1921년부터 발간된 해양환경 기록물 ‘해양조사연보(海洋調査年報)’, 1960년대에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통일벼’, 1959년 도입된 ‘연구용 원자로(原子爐) TRIGA Mark-Ⅱ’와 1966년 부산에 설치되었던 철강 생산용 ‘전기로(電氣爐)’, 개화운동가 김옥균(1851~1894)이 저술한 도로정비서적 ‘치도규칙(治道規則)’, 1933년부터 1944년까지 발간된 과학기술 종합잡지 ‘과학조선(科學朝鮮)’, 대한제국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표준도량형기와 검정(檢定)을 위해 사용했던 검정기인 ‘국가표준 도량형 유물’ 등도 문화재로 등록될 예정이다.
- 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