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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지메디컴-서울대병원,‘진실’과 ‘의혹’ 사이

‘일감 특혜’ ‘비자금설’ 실체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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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3.11.20 14:18:18

(CNB=도기천 기자) 서울대병원의 일감몰아주기 특혜 의혹, 모제약사의 비자금 창구설 등 갖은 낭설로 구설수에 올랐던 (주)이지메디컴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 주목된다.

이지메디컴 측은 CNB와의 면담, 각종 해명자료 등을 통해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왔던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지메디컴 관계자는 “공식적인 홍보채널이 없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각종 음해성 루머와 일부 언론의 받아쓰기식 보도로 인해 대외이미지가 크게 실추돼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NB가 감사원 보고서 등을 입수해 이지메디컴을 둘러싼 ‘진실’과 ‘의혹’을 파헤쳤다. <편집자주>

서울대, 정부시책 따라 이지메디컴 자회사로 설립
감사원 “서울대병원, 구매대행으로 예산 25% 절감”
“전자입찰 전 과정 오픈” 비자금설 터무니 없어

이지메디컴은 대표적인 의료분야 구매대행회사다. 주로 국공립병원과 사립병원을 대상으로 약품이나 의료장비 등을 구입할 때 필요한 전자입찰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약품종합도매 허가를 내고 의료기기와 장비, 의료관련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려 해당 분야 1위 기업으로 알려진 알짜 회사다.

최근까지 국내 유명제약사의 자회사로 소속돼 있었다. 그러다보니 경쟁제약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으며, 최근에는 본업인 구매대행을 넘어 직접 자사제품 공급에 나서면서 의료기도매업체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방만 경영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지메디컴과 서울대병원과의 관계가 병원 파업 때마다 사회면에 오르내렸다.

이지메디컴이 받고 있는 오해는 크게 두 가지 흐름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의약품 구매대행을 독점하는 과정에서의 각종 루머와 모제약사와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들이다.

우선 서울대병원으로 가보자. 이지메디컴은 지난해 3월 교육과학기술부 자체 감사 때 서울대치과병원으로부터 연간 90억원 규모의 의약품을 독점위탁, 구매대행하고 각종 수당을 부당하게 지급받아 온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감사 결과 서울대치과병원은 의약품 구매시 일반 경쟁을 거치지 않고 이지메디컴을 통해 수의계약을 맺었다. 서울대병원 역시 계약 사무를 이지메디컴에 위탁해 왔는데, 서울대병원은 치과병원과 달리 ‘대형 공공기관’에 해당돼 계약 사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서울대병원이 거래 상대방인 이지메디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논란이 일었다. 서울대병원이 5.55%, 서울대병원 개인투자조합이 1.86%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지메디컴의 이사진에 서울대병원 의사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다보니 각종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시 특혜 논란이 지적됐고, 최근 서울대병원 노조파업 때도 도마에 올랐다.

물품구매 낙찰률 75%…최저가 ‘1위’

하지만 이같은 의혹은 이지메디컴의 설립 배경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지메디컴은 과거 김대중 정부가 공공기관 물품구입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비용절감을 위해 전자입찰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서울대병원은 2000년 3월 “국가 중앙병원으로서 국가의 정보화 시책에 부응한다”는 목표 아래 ‘e-biz 추진 계획’을 수립, 수요 물품 구입시 전자조달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임시이사회(서울대총장, 교육과학기술부차관, 보건복지부차관, 기획재정부차관, 서울대병원장, 서울대의과대학장, 서울대치과대학장 등으로 구성)를 개최, 서울대가 지분을 투자해 이지호스피탈(현 이지메디컴)을 설립키로 결의했다.

사실상 서울대의 자회사로 탄생한 이지호스피탈은 서울대병원의 전자조달 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도맡았으며, 이후 이지메디컴으로 사명을 바꿔 서울대병원뿐 아니라 다른 국공립병원과 사립병원의 구매대행으로 영역을 넓혔다.

한마디로 이지메디컴은 태생부터가 서울대병원이 구매대행(전자입찰) 업무를 맡기기 위해 만든 회사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에 일감을 몰아줘 손실을 초래했다”는 서울대병원 노조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CNB가 입수한 <2010년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국립대병원 의약품 구매실태>에 따르면 구매대행을 외부업체에 위탁할 경우 연 평균 20% 안팎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지메디컴을 통해 구매입찰을 대행한 서울대병원의 경우, 낙찰률이 다른 국립대병원에 비해 가장 낮았다. 2009년 총구매예정금액이 1886억원(2469품목) 규모였는데, 낙찰률이 74.68%로 약 480억원 가량의 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낙찰률이 높은 병원은 충북대병원으로 낙찰률이 98.99%에 달했다.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대부분 국립대병원들이 낙찰률 90%를 넘어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 보고서는 “경쟁입찰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병원을 제외한 대다수 국립대학병원의 낙찰률이 90%이상으로 높은 것은 의약품 도매상 간 또는 제약회사 간 경쟁을 제한했기 때문”이라며 “경쟁입찰 시 지역제한을 폐지, 다수의 공급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의약품 구매비용을 절감하라”고 주문했다.

‘엘리오앤컴퍼니’ 의혹…“아웃소싱 과정서 비롯된 오해”

한편 이지메디컴은 서울대병원 경영컨설팅사로 알려진 (주)엘리오앤컴퍼니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달 파업때 서울대병원의 방만경영을 지적하며 엘리오앤컴퍼니와 병원간의 밀착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 과정에 엘리오앤컴퍼니 관계사로 이지메디컴이 등장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서울대병원 비상경영의 진실 2’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엘리오앤컴퍼니’와 4건의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이 4건의 연구용역비로 지출한 금액은 약 67억원이다.

엘리오앤컴퍼니는 의료기관의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 용역업무인 경영컨설팅사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강남센터 이전 타당성 분석 및 실행을 위한 전문컨설팅 ▲차세대 디지털 경영 병원 구축 ▲그랜드 비전 수립 컨설팅 등 총3건의 연구용역을 엘리오앤컴퍼니에 발주했다.

이 과정에서 엘리오앤컴퍼니 관계사인 이지메디컴에 1억3000만원이 지출됐는데, 노조 측은 ‘이지메디컴은 병원 경영 용역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지메디컴 측은 “엘리오앤컴퍼니의 견적시방서를 각 항목별로 세밀하게 시장조사하는 한편 시방서에 명기된 하드웨어, 인건비 등 계약 목적물에 대한 견적이 타당한가를 정밀 검토하는 용역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또 용역비용(수수료)에 관해서도 “자체 구매업무규정에 따라 고정자산(의료장비 등)의 경우 수수료율 2.16%, 재고자산(소모품)일 경우 1.71%를 철저하게 준수했으며,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으로 받은 수수료는 1억 3000만원이 아닌 1768만원이며, 나머지는 엘리오앤컴퍼니로부터 용역을 수행하고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엘리오앤컴퍼니가 서울대병원과 맺은 연구용역 중 물품비용의 타당성 등을 조사하는 ‘하청 용역’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지메디컴 관계자는 “엘리오앤컴퍼니의 용역 범위가 워낙 넓어 그 중 한 부분을 아웃소싱 형태로 받아 용역을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메디컴, 전자수수료 매출구조 ‘뚜렷’

이지메디컴이 의혹을 받고 있는 또다른 축은 A제약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이지메디컴은 최근 A제약사가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자, 과거 A제약사의 자회사였다는 이유로 ‘A제약사의 비자금 창구’라는 추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지난 7~8월 증권가 정보지에 ‘이지메디컴’ 실명이 등장하면서 비롯된 낭설은 최근까지도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

비자금설의 요지는 A제약 회장의 아들들 간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이지메디컴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소요되는 자금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메디컴의 회계 구조로 볼때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이지메디컴은 매년 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순이익은 지난해 15억4000만원, 2011년 18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전자입찰 대행’이라는 업무 특성상 주 수입원인 수수료율이 전산기록에 남게 돼 회계처리가 비교적 뚜렷할 수밖에 없다.

가령 병원이 1억원짜리 의료기기를 구매대행사(이지메디컴)를 통한 전자입찰 형태로 구입했을 경우, 이지메디컴의 수수료는 자체 규정에 의거, 2.16%(216만원)로 정해져 있다. 전자입찰 특성상 전산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이것이 회계처리의 근거가 된다. 이를 어길 경우, 외부감사때 드러나게 돼 있는 구조다.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는 A제약의 관계사들 압수수색 때 이지메디컴이 빠졌다는 것도 ‘비자금설’을 무색케 하고 있다. 검찰은 A제약 본사를 비롯, 관계사들과 지방 지점까지 압수수색했지만 비자금설의 진원지로 지목(?) 됐었던 이지메디컴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이지메디컴 관계자는 CNB와 만나 “병원에서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할 경우, ‘물품구매 대행업무’는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며 “먼저 그 의료장비가 병원에 필요한지 타당성 조사부터 시작해 장비에 들어가는 각종 옵션, 구매시 환율(수입장비의 경우) 등을 고려해 예정가를 정한 뒤, 이 금액을 기준으로 전자입찰이 진행되며 낙찰가 기준으로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다. 이 과정이 전부 오픈돼 있기 때문에 비자금설은 터무니 없다”고 밝혔다.

이지메디컴을 둘러싼 의혹들은 대부분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 회사에 관한 낭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는 한때 대형제약사의 자회사였다는 점에서, 경쟁제약사와 의료기공급업체 양쪽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감사원 보고서에서 보듯, 업계에서는 “이지메디컴이 가장 지독하게 구매대행을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그만큼 대형병원으로서는 유리한 시스템이지만, 영세 도매업체들로부터는 ‘가격후려치기’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여기다 서울대가 지분을 투자해 세운 회사라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도 어렵다.

제약업계의 한 소식통은 “A제약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이지메디컴과 A제약사 간의 과거 관계 등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이지메디컴의 수수료 장사를 곱지 않게 봐왔던 의료기 도매업체들과 경쟁 제약사들이 동시에 말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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