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지만 그룹 오너들이 경제범죄에 연루돼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기업들 표정은 밝지 못하다. 총수 공백으로 인한 경영 차질이 실적악화로 이어지면서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CJ그룹 본사 외경(사진=CNB포토뱅크)
CJ, 해외 투자규모 갈수록 축소
한화, 이라크 재건사업 ‘안개속’
SK, 주력계열사 실적 내리막길
먼저 CJ그룹의 경우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주요 투자계획이 중단되거나 보류되고 있다.
CJ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단되거나 지연된 투자액은 약 48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 1조3700억원 중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회장은 지난해 탈세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고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상태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바 있는 이 회장은 건강이 악화돼 지난달 서울고법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얻어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이 같은 총수 부재로 인해 CJ그룹에서는 경영차질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투자가 올스톱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
CJ제일제당은 생물자원사업부문에서 베트남 업체와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M&A를 추진했으나 최종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
CJ대한통운도 올해 초 국내 중부권에 물류터미널 거점을 확보키로 하고 약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전면 보류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미국·인도 물류업체 등의 인수를 검토했으나 이 역시 중단된 상황이다.
CJ CGV는 올해 초 해외 극장 사업에 대한 투자가 지연되고 있고, CJ오쇼핑은 해외 M&A 인수를 통한 사업 확대 계획이 보류되고 있다. CJ푸드빌 또한 해외에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었으나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즉 이 회장의 부재로 인해 투자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한화그룹 빌딩 전경(사진=CNB포토뱅크)
CJ그룹은 2010년 1조 3200억원, 2011년 1조 7000억원, 2012년 2조 9000억원 등 해마다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2012년에는 외식 및 문화콘텐츠 사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 의지에 따라 계획 대비 20%를 초과해 투자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 회장의 공백 사태가 빚어지면서 투자는 계획대비 20%나 줄어든 2조6000억원에 머물렀다. 올해에는 내실경영 차원에서 전년 대비 20% 줄어든 2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오너의 부재로 인해 긴축경영을 꾀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공격적인 투자 및 확대보다는 관리중심의 보수적인 경영계획하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공백이 길어지다 보니 대규모 투자결정 등에 있어 차질이나 지연이 계열사별로 나타나고 있다”며 “고용부문도 전년수준을 유지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2012년 8월 배임·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김승연 회장이 올해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건강상 문제도 있고 아직까지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김 회장의 부재로 인해 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가 안개 속이다. 김 회장은 2012년 80억달러(9조원)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직접 이라크 공사현장을 오가며 진두지휘하는 등 인도적 차원의 전후 복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애착이 남달랐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CNB에 “회장님 복귀가 우선돼야 하겠고, 현재 이라크 현지가 교전중이라 사정이 안정된 후에야 구체적인 추가 수주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린동 SK본사 외경(사진=CNB포토뱅크)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최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1월 31일 법정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최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817억원으로 18.7%, 매출은 66조6747억원으로 9.1%, 당기순이익은 7570억원으로 36% 각각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의 영업이익도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6월 SK그룹 최고경영진들은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위기 타개 방안을 찾기 위해 워크숍을 가졌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 보낸 메시지를 통해 “경영 환경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열심히 뛰어 주고 있는 경영진과 구성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SK의 역사가 위기 극복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 부재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대기업이 오너 공백의 간극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