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2일 CNB와 인터뷰한 신윤순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희생자 한국유족회장.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사할린 강제동원 자료 전시회 - 화태에서 온 편지' 자료를 의원실마다 돌리고 있다. 사진=CNB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과할 일이 없다는 거다.”
언젠가 일본군 위안부 사과 문제에 대한 기자의 언급에 누군가 말했던 얘기다. 혹자는 이제 그만 할 때도 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건 그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할머니들이 받은 모멸감을 직접 당하고도 그만 하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줬다. 독일과 판이하게 다른 일본 정부의 뻔뻔한 행동은 아무리 과거라고 해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은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과거를 반성했다. 피해국들에게 사과한 이후 또 다른 도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특히, 아베 정부 들어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연일 역사 왜곡을 통해 가장 큰 피해국인 우리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로 표현하더니,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사외이사인 오카모토 유키오는 태평양전쟁 당시 전쟁 포로들에게 사과할 뜻을 밝히면서 우리나라는 철저히 외면했다.
AP에 따르면 그는 22일 외신 기자들과 만나 영국, 네덜란드, 호주는 물론 중국 전쟁 포로들에게 사과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적 상황이 다르다며 침묵했다. 이는 1910년 한·일 강제병합 당시 조선인은 법적으로 일본 국민이었고,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징용됐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강제병합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죄임을 인정했다고 한다. 미쓰비시는 앞서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강제 징용자들에게 공식 사과한 바 있다.

▲23일 미쓰비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화면갈무리=포털사이트
현재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계열사인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와 손해배상 소송 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쓰비시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에 누리꾼들은 공분했다.
“쓰레기 같은 방사능 일산 과자들 계속 사시렵니까(food****)”, “미쓰비시 불매운동 해야겠네(bbta****)”, “일본 제품 줄입시다. 쟤들은 그냥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태도 바뀌는 민족입니다. 조금씩 줄여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쟤들 태도도 바뀔 거예요(akdl****)”
일본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그들의 이중성이다. 일본인들은 친절하기로 유명하다. 작은 일에도 ‘고맙다, 미안하다’를 언급한다. 일부 일본 지도층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강대국에만 머리 숙이며 사과하는 태도가 전체 일본인들의 이미지로 확산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기자는 지난 3월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주최하고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희생자 한국유족회가 주관한 ‘광복 70주년 기념 사할린 강제동원 자료 전시회 - 화태에서 온 편지’ 전시회에 갔다가 신윤순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70세 고령의 신 회장은 아버지가 강제 징용 당한 데 대한 가슴의 한(恨)을 아직 풀지 못하고 있었다. 사할린 강제 징용은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고 있지만 일본의 망언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씁쓸하기만 하다.
용서는 사과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다. 가해자가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는데 피해자에게만 용서하라는 것은 두 번 상처를 준다.
“아, 쫌! 일본 사과 하세요. 사과는 가려가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어느 대통령 말처럼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미안하다고 할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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