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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튀는 경제] 사장님, ‘일사불란’하면 망합니다!

조직에서 한 목소리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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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세현기자 |  2016.05.26 16:55:36

1921년 미국의 과학자 윌리엄 비브라는 남미 정글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한 무리의 병정 개미들이 큰 원을 지어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둘레가 400m나 됐고 개미 한 마리가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데 두 시간 넘게 걸렸다. 

개미들은 ‘앞에 가는 개미를 따르라’는 한 가지 규칙만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 대부분의 개미들은 이 간단한 규칙을 따라서 무리 없이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비브라가 목격한 개미들은 이틀 동안 원을 반복해서 돌다가 대부분 죽고 말았다. 

앞선 개미가 흘린 화학물질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 탓에 선두 개미가 경로 설정을 잘못하면 무리 전체가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고 ‘죽음의 행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원형선회(Circular Mill)’라고 이름 붙였다. 평소에는 최적의 경로를 잘 찾아가는 개미집단도 한번 원형선회에 빠지면 떼죽음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혁신이론의 대가인 게리 하멜은 저서 ‘꿀벌과 게릴라’에서 주어진 일만 성실히 해나가는 직원을 꿀벌로, 이와 대비해 과거 일처리 방식과 단절하고 새로운 혁신방안을 고민하는 직원을 게릴라로 표현했다. 

더 나아가 순종과 근면은 범용화 된 역량으로 쉽게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과 미국기업 사례들 중심으로 분석한 내용이라 우리 정서에는 조금 불편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불확실성이 새 길을 연다

우화집에서 바람직한 근로자의 모습으로 칭송받던 개미와 꿀벌의 위상이 왜 이렇게 추락한 것일까?

▲‘원형선회(Circular Mill)’에 빠진 개미들. 회사 조직도 이리되면 죽게 된다.

세상의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 때문이다. 앞에 놓여진 길이 낭떠러지인지 진흙탕인지 비단길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러한 때 조직의 목소리를 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누군가는 의심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상을 크게 바꾼 혁신적인 제품의 대부분은 앞사람이 가는 길을 답습하지 않은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라 미츠로의 워크맨도, 말콤 맥클린의 컨테이너박스도, 마르코니의 라디오전파도 모두 앞에 놓여진 길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한 혁신의 성과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모든 진리는 반드시 조롱, 반대, 인정의 세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것을 가는 사람은 지지와 응원보다 비웃음과 반대의 목소리에 의연할 수 있어야 한다. 낯선 시도를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사람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오늘 회의에서 본인 의견이 일사천리로 처리된 경영자는 일사불란함에 만족하기 이전에 조직의 건강지수를 체크해 보기 바란다. 직원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귀찮은 것인지, 의욕 부족인지, 과거 경험으로 인한 현명한 포기인지를.

요즘 같을 때 조직에서 한 목소리는 위험하다. 


* [정세현의 튀는 경제]는 매월 1회 연재됩니다

■ 정세현
현 티볼리컴퍼니(Tivoli Company) 대표, ㈜한우리열린교육 감사
전 삼일PwC Advisory 컨설턴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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