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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튀는 경제] 기업 내 부서 이기주의, 해결책은 ‘소통’

성과지표 공유…‘사일로(SILO)’ 극복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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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세현기자 |  2016.07.28 17:14:36

고교 야구선수 중 최고의 타자인 추신우과 이태호. 봉황기 대회에서 추신우 선수는 3할 4푼, 이태호 선수는 3할 3푼의 타율을 기록했다. 이어 개최된 청룡기 대회에서 추신우는 3할 5푼, 이태호는 3할 4푼의 타율을 기록했다. 

두 경기 모두 추신우의 타율이 높았다. 하지만 대학 스카우터들이 2개 대회 타율을 합산한 결과, 예상과 달리 2개 대회 타율이 낮았던 이태호 선수의 타율이 더 높게 나왔다. 

어찌된 일일까? 위 타율에서는 타석수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양 선수의 타석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이태호 선수의 합산 타율이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궁금하신 분은 종이를 놓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기 바란다) 때로는 개별 대회 성적 합계가 전체 성적과 일치하지 않는다. 

조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발생한다. 직원 모두가 본인 부서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결과적으로 이 행동이 조직 전체에 해가 되는 경우다. 

가령 카드회사에서 영업팀은 실적 달성을 위해 카드발행을 최대한 늘리려 애쓴다. 반면 심사팀의 목표는 가능한 한 고객심사를 엄격히 해 카드 연체율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영업팀이 공격적인 영업정책을 통해 카드 발행을 늘리면, 어쩔 수 없이 연체율이 올라가게 되고 심사팀은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된다. 반대로 심사를 엄격히 하게 되면 영업팀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경영학에서는 ‘사일로 현상(Organizational Silos Effect)’이라 부른다. 사일로는 원래 곡식을 저장해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이르는 말인데, 조직 리더 아래 팀 별로 늘어선 팀원들이 외부와 담을 쌓고 다른 팀과의 협력과 교류 없이 내부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마치 곡식창고와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조직 내 사일로 현상은 급속한 사업 확장에 따른 조직의 거대화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되는 업무 내용이 타 부서에 대한 관심 자체를 떨어뜨리는 점도 사일로 현상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최근 들어 성과주의가 심화되면서 부서 간 지나친 경쟁 심리가 조직 이기주의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일로 문제 해결은 현대 경영학의 큰 숙제다. 많이 활용되는 해결 방안 중 하나가 서로의 성과지표를 공유하는 것이다. 

위 카드 회사의 예에서 영업팀의 성과지표를 영업실적 70%로 맞춰 연체율 30%를 반영하고, 심사팀의 성과지표는 이와 반대로 정하면 어떨까? 발급실적에만 목매달던 영업직원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연체율까지 자연스럽게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조직 전체에게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회사의 시가총액이 올라가면 전 부서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식이다. 국책사업마다 벌어지는 님비(NIMBY)문제도 사일로(SILO)문제와 같이 단순한 이기주의로 폄하해서는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얽힌 실타래가 풀리는 것이다. 경영학이 유용한 학문인 이유이다.

 
* [정세현의 튀는 경제]는 매월 1회 연재됩니다

■ 정세현
현 티볼리컴퍼니(Tivoli Company) 대표, ㈜한우리열린교육 감사
전 삼일회계법인PwC Advisory 컨설턴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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