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쉬울까, 평가 받는 일이 쉬울까. 언뜻 평가하는 자리가 편할 것 같지만 조직 내 관리자들은 안다.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절차의 공정성, 평가지표의 타당성, 결과의 신뢰성에 대하여 잡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객관적인 인사평가를 위하여 만들어진 BSC(Balanced Score Card)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같은 제도들도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위의 문제들을 말끔히 해결해주지는 못하였다. 결국 정교한 제도나 시스템도 평가자인 사람의 문제로 다시 돌아간다.
평가자들이 다른 사람을 평가한 결과를 다시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은 오류들이 자주 목격된다.
첫째, 규칙적 오류(systematic error)로서 평가자가 다수의 사람을 평가할 때 분포가 특정방향으로 쏠리는 경향을 말한다. 전부에게 관대한 평가를 하거나(학창 시절 A폭격기라 불리던 수업들), 중간 점수로 쭉 내려 평가함으로서 골치 아픈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둘째, 현혹효과(halo effect)로서 어느 한 평가요소가 다른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오류이다. 성실성을 높게 받은 사람이 실제와는 무관하게, 책임감도 높게 평가 받는 경우가 많다.
셋째, 유사오류(similar to me effect)로서 평가자가 피평가자와 유사한 입장에 처해진 경우에 동질감을 느끼고 관대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다자녀를 둔 여직원이 여자사원을 평가하는 경우에 동질감을 느껴 독신남 보다 후한점수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대조효과(contrast effect)로서 여러 명의 피평가자를 동시에 평가할 경우에 피평가자 간의 비교를 통하여 평가하게 된다. 주관식 채점을 하는 경우 앞의 답안지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다음 채점에는 보통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섯 째, 상동적 태도(stereotyping)로서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그 사람이 가지는 특성에 기초하지 않고 속한 집단의 특징이나 그가 속한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평가하는 경우다. 가령 특정 지역의 사람들은 신의가 없다고 무리하게 일반화 하는 것이다.
인사평가는 다른 사람의 승진이나 급여에 영향을 끼친다. 평가자의 무의식적인 오류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평가를 마친 후 평가자도 본인의 평가결과를 냉정히 평가해보기 바란다.
* [정세현의 튀는 경제]는 매월 1회 연재됩니다
■ 정세현 (문제해결 전문가)
현 티볼리컴퍼니 대표, 한우리열린교육 감사
전 삼일회계법인 PwC Advisory 컨설턴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