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로 열린 '추석 차례상 차리기' 행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석은 풍요와 여유를 상징한다. 1년 중 먹을 것이 가장 풍부한 계절 가을에 존재하는 명절인 만큼, 우리 조상들은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로 자신들이 느낀 풍족감 표현했고 덕담으로 건넸다.
다만 현재 이 말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그냥 ‘인사치레’에 그치는 말이 됐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은 이제 어떤 이에게는 남들보다 적게 쉬는 날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남들과 비교되는 보너스를 받는 날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기업 408개를 조사한 결과, 62.1%의 회사가 연휴 10일을 모두 쉬었다. 8~9일을 쉬는 회사는 10.1%였으며, 6~7일 쉬는(임시공휴일·대체휴무 출근) 곳이 14.6%였다. 5일 이하로 쉬는 기업은 13.2%였다.
특히 이를 규모로 구분했을 때 300인 이상 규모 기업은 88.6%가 10일을 다 쉬지만, 300인 이하 규모 회사의 경우는 절반이 겨우 넘는 56.2%만이 연휴를 다 쉴 수 있었다. 5일 이하 휴무는 300인 이하에서는 16.2% 존재했다.
올해 평균 추석보너스는 300인 이상 기업을 다니는 직원이 149만6000원, 300인 미만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 95만8000원으로 차이는 53만8000원에 달했다.
비정규직은 더 심각하다. 이들에게는 황금연휴나 상여금은 그림의 떡이다.
풍요와 여유를 느껴야할 추석이 어떤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잔치’를 바라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는 기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2일을 임시공휴일로 확정했을 때도 일부에선 “중소기업은 쉬지도 못한다. 대기업과 공무원들은 좋겠다” 등의 부정적 반응이 쏟아져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는 말에 ‘대기업·공무원·정규직’ 붙어야 덕담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