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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 길 먼 ‘은산분리’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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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11.06 17:12:25

▲(사진=연합뉴스)

오는 17일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문제 해결방안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국회에서는 은산분리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나 의원 주최로 종종 토론회·간담회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곧 그만큼 논쟁이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인터넷은행을 거론할 때 마다 꼬리처럼 따라 붙는 게 ‘은산분리’다. 

은산분리(銀産分離)란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막는 제도로 현행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4%(의결권 미행사 시 10%)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기업(재벌)의 사금고화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있어서 숙원이다. 은행지분이 쪼개져 있어 주체인 ICT기업이 주도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과감한 투자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즉,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과 달리 ICT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킨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5년 인터넷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제로 깔았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34%~50%까지 허용토록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관련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인터넷은행을 먼저 출범시키다 보니 하염없이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은산분리 원칙이 훼손돼 산업자본이 은행을 가지면 대주주(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영권 유지나 계열기업의 확장 등에 이용되는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함의가 요구되지만 일단 저질러 놓고 국회에 공을 넘기고 있는 상황인데, 은산분리 완화 주장은 점점 궁색해져 가고 있다. 

먼저 케이뱅크(K뱅크) 인허가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다. 케이뱅크 인가 심사 당시에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직전 분기말 BIS비율(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이 업종 평균치 이상이어야 하지만 미달해 기준에 부합치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최근 3년간의 BIS비율을 기준으로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

인가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인데 아직까지 의혹은 쉬 해소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인터넷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인터넷은행으로 인한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은 달랐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중신용자 대출 거부 비율은 케이뱅크 79%, 카카오뱅크 66%에 달한다.

또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의하면 8월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중신용자(4~6등급) 대출 비중(11.9%, 금액기준)은 국내은행(17.5%)을 하회하는 실정이다.

물론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하지만 굳이 24년 만에 은행업 인가를 내주고 기대를 거는 만큼 이에 부흥하는 기본적인 설립 취지만큼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인터넷은행이 영업점 없이 인터넷·모바일로 영업한다는 점만 색달라 보일 뿐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성이 없다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라는 특혜는 어불성설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에서는 인터넷은행에 대해 지방에 근거를 두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지 않는 지방은행이 되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보유 및 의결권 모두 15%까지 행사할 수 있어 사실상 은산분리 숨통이 트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인터넷은행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인 셈이다.

기존의 질서를 깨려면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지속 활성화와 이어 3호·4호·5호 등 후발 인터넷은행 사업자 모집 등을 진행키 위해 은산분리 족쇄만 풀려고 하니 무리수가 따른다.

정부 정책에 의해 탄생한 금융이기에 국민생활에 미치는 이점(利點) 등을 따져 “그렇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일단 인가 특혜 의혹이라는 먹구름부터 해소시켜놓고 볼일이다. 이 의혹의 장막이 완벽히 거둬지지 않은 상태에서 은산분리 완화 추진은 또 하나의 거대한 혜택을 주는 꼴이다. 특히 지방은행화는 국회 관련법 개정이 답보인 가운데 이를 비껴 나갈 꼼수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 됩니다. 재벌과 금융은 분리시키겠습니다”라며 은산분리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만 한해서 은산분리 족쇄를 풀어주려면 무엇보다 납득할 만한 정당한 이유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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