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 ‘W_Leg_B_S001’. 디지털 아트 포토그래피, 40 x 30cm. 2017.
갤러리오가 김병직 작가의 개인전 ‘진공불멸(眞空不滅)’을 11월 23일~12월 6일 연다.
작가의 화면엔 어떤 대상을 비닐로 꽉꽉 싼 듯한 모습이 등장한다. 이는 진공포장을 떠오르게 한다. 작가는 “앞뒤 두 장의 절대로 찢어지지 않을 것 같지 않은 두툼한 비닐과 그 사이에 공기가 빠진 채 꼼짝 달싹 못하게 고정돼 갇혀진 물체들을 내가 접한 최초의 기억은 미군 씨레이션(C-ration)이었다”고 말한다.
이 모습에서 작가가 발견한 건 자본주의다. 작가는 “미군 군용식량은 씨레이션 속에는 진공 포장된 크래커, 초콜릿, 파운드케이크, 애플파이, 고칼로리바 등 70년대 초반 상상도 해보지도 못했던 이름 모를 달콤한 자본주의가 들어있었다. 아마도 나는 그렇게 대량소비의 매혹과 자본주의와 인공포장에 익숙해져 간 것 같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작가는 작업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 바로 진공포장. 진공포장(眞空包裝 Vaccum packing)은 두 장의 플라스틱 필름 사이에 물건을 넣고 내부의 공기를 빼고 진공상태로 접합함으로써 비닐과 밀착된 물체의 보존과 유통기한을 연장시킨다. 이를 작가는 “대량소비 사회에 최적화된 포장방식”이라고 파악했다.
진공포장된 물체들은 그 색이 더욱 선명해지고, 본래의 것보다 더 화려한 모습으로 작가를 현혹시키며 소비적 욕망을 자극했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는 불편한 느낌도 받았다. 작가는 “불행하게도 진공포장된 물건들을 만질 때 느껴지는 둔탁하고 비닐 같은 느낌이, 내가 매일만나는 일상 속 사람이나 대상이 플라스틱 소품이나 인형처럼 낯설어지고 만질 수 없고 뚫을 수 없는 투명 막 속에 갇혀 있는 이질감과 괴리감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전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진공포장된 것처럼 숨쉬기 힘든 현대인들의 편린화 된 얼굴과 몸, 그리고 대중의 소비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잘 포장돼 만들어진 아이돌과 연예인의 모습을 담았다. 진공포장된 화려한 모습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불멸(不滅)이라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